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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중국기자"2년전 토마스-우버컵때부터 승부조작 만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02 04:10 | 최종수정 2012-08-02 04:10


이기기 위해 뛰지 않고, 지기 위해 뛰는 선수를 바라보는 것은 슬프다.

사상 초유의 배드민턴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졌다. 그것도 페어플레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올림픽에서다. 그것도 전영오픈의 나라, 배드민턴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닌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다.

유리한 대진을 위해 승부를 조작했다. 세계랭킹 1위 중국이 세계랭킹 2위 자국팀을 피하기 위해 한국을 상대로 고의적인 태업을 했다. 심판의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뜻한 바를 이뤄냈다. 서브에는 실수가 잇달았고, 스매싱은 빈번히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눈에 띄는 '져주기'에 눈높은 영국 관중들이 야유했다. 중국을 따라 한국과 말레이시아도 입맛에 맞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져주기에 골몰했다. 결국 발목을 잡혔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일 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일련의 '고의 패배' 경기와 관련 한국(4명), 중국(2명), 인도네시아(2명) 등 8명의 선수를 전원 실격처리했다. 이의신청 역시 기각됐다.

1차적인 책임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들과 이들의 태업을 방관한 지도자의 몫이다.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좀 다르다. 조작을 조장하는 조별리그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회견 직후 중국, 유럽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중국 신화통신에서 26년째 배드민턴을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진시오량 기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2년전 중국 우한에서 열린 토마스 & 우버컵(세계선수권)에서도 승부조작이 횡행했다고 증언했다. 도대체 문제가 있는 조별리그 시스템을 왜 올림픽에까지 끌고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1차전에서부터 지면 무조건 떨어지는 '넉아웃 방식' 토너먼트의 경우 문제가 없었다는 말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2010년부터 조별리그 방식을 도입했다. 16개 팀은 4개팀, 네 그룹으로 묶어 각조 상위 2개팀이 8강에 올라가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이다. 세계랭킹 8위 안에 드는 국가는 최대 2개조까지 출전할 수 있다. 원하는 상대를 '작전'을 통해 입맛대로 올릴 수 있는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서 암암리에 있어왔던 '조작 꼼수'를 올림픽 무대에서도 대담하게 가동했다. 금메달을 향한 작전의 일부일 뿐 죄의식이 없었다.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별리그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일축했다. "조별리그 방식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좋은 경기, 좋은 스토리텔링을 해왔다. 이번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수년간 조별 방식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돼 왔다. 보다 많은 국가들이 참가할 수 있고, 선수들이 많은 게임에 출전할 수 있어 관중동원이나 여러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엄연한 시각 차가 존재했다. 현장에선 "조별리그 후 준결승 대진은 추첨해야 한다" "다시 넉아웃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등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런저런 제안들이 쏟아졌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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