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부럽다."
런던은 그가 '월드 넘버 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 이를 위해 부상 통증도 참아가며 '지옥 훈련(본인은 '천국 훈련'이었다고 표현)'을 소화했다. 몸 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지난 24일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11시간 내내 상대의 비디오 자료를 분석했다. 귀를 덮고 있는 헤드셋 조차 금빛이었다. 이런 감동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 최상의 대진운이 짜여 졌다. 평소 가장 껄끄러운 상대라고 밝혔던 세계랭킹 2위 레안드로 길레이루(29·브라질)와 베이징대회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올레 비쇼프 등 강자들과 4강까지 대결이 없었다. 마침 길레이루는 8강에서 미국의 스티븐슨 트레비스에 패하며 일찌감치 금메달 싸움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 김재범은 승승장구했다. 적수가 없었다. 32강부터 준결승까지 시원한 한판은 없었지만 상대를 압도한 끝에 결승에 안착했다.
결승의 키워드는 '리턴 매치'였다. 상대가 공교롭게도 4년전 패배를 안긴 비쇼프였다. 당시 김재범은 안다리 걸기로 유효를 빼앗기며 금메달을 놓쳤다. 정반대였다. 당했던 걸 그대로 갚아줬다. 김재범은 경기 시작 40초만에 안다리 걸기로 유효를 따냈고 2분 뒤 다시 유효를 따내며 4년간 기다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재범은 7월 11일 런던올림픽 결단식에서 약속한대로 두 손을 들어올리는 '기도 세리머니'로 '월드 넘버 원'임을 런던 하늘에 알렸다. '디펜딩 챔피언' 비쇼프에게 올림픽 왕좌를 넘겨받으며 개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까지 차지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다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할뻔 했던 한국 유도도 체면 치레를 했다. 한 팔과 한 다리로 세계를 메친 '희망' 김재범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성룡 기자 런던=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