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간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 및 홈술이 늘어났다.
첫째는 '블랙 아웃'이다
흔히 '필름 끊김'으로 불리는 블랙 아웃은 과음자들의 절반이 겪는 흔한 증상이다
혈관을 통해 흡수된 알코올은 뇌세포로 침투해 일시적으로 뇌기능을 마비시키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인 대뇌 측두엽의 해마를 공격한다.
알코올이 뇌의 정보 입력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뇌에 기억 자체가 아예 기록 및 저장되지 않아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블랙아웃이 반복되면 일시적으로 그쳤던 뇌신경세포 손상이 결국 영구적인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심하면 알코올성 치매나 뇌질환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만약 블랙아웃이 6개월에 2회 이상 나타났다면 이미 뇌의 인지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두번째 위험신호는 '해장술'이다.
술을 깨려고 다시 마시는 해장술과 같은 행위는 이미 알코올 의존이나 금단 증상을 넘어서 스스로 음주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해장술은 아직 알코올 해독이 일어나지 않은 뇌의 중추 신경을 또다시 알코올로 마비시켜 숙취를 느낄 수 없게 하고 간과 위를 손상시킨다.
알코올은 통제력과 판단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이 서서히 진행될수록 음주를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은 더 어려워진다.
김태영 원장은 "적당량의 술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고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수치를 높여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농담반 자랑반으로 해장술을 찾고 있다면 이미 알코올 중독이 중증도 이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빠른 시일내 병원을 찾아 상담을 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세번째 위험신호는 '비밀 음주'이다
알코올 중독 환자의 경우 자신의 음주 문제를 부정하고 변명과 핑계를 대는 경우가 많다.
음주 문제에 대해 잦은 지적을 받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음주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만 결국 음주를 조절하지 못 해 또다시 술을 찾게 된다. 이때 주변의 비난이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몰래 음주하는 것이다.
김태영 원장은 "결국 매일 술을 마시면서, 술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나는 절대 알코올 중독에 걸릴 리 없다'라는 막연한 믿음이 몸이 보내는 수 많은 간절한 신호들을 가로 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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