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모처럼 합심해 예금자 보호 한도를 2배 상향하기로 한 가운데, 시행 시기와 함께 자금 쏠림 현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여야는 지난 13일 정기국회에서 예금자 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데 합의한데 이어, 25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논의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예금자보호법을 포함한 민생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지난 2001년부터 각 금융기관당 5000만원 한도에 머물던 예금 보호액이 23년만에 두 배 오르게 된다.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를 올리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총 8개로, 2개가 '공포 후 즉시', 5개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 1개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을 시행 시기로 정하고 있다. 여야 모두 법안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시행 시기는 크게 늦춰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증시의 급등락과 환율의 급등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을 완화하고 시장 내 심리적 안정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측면도 있다.
이런 흐름이기에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 이내'로 정하되, 구체적인 날짜는 대통령령(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 관계자는 "법안소위를 열어 봐야 하겠지만, 대통령령에 구체적인 시기를 위임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힐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조금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불안 요인들이 여전하고 저축은행 건전성 우려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1년 범위 내 대통령령으로 시기를 정할 경우 시장 상황을 감안할 수 있다는 점을 국회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우려 역시 시행 시기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공개한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면 저축은행 예금은 16~25%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동 자금이 전체 은행 예금의 1% 수준이라 시장 전반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제2금융권 내에서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경우 일부 소형사에는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
실제 한도 상향이 내년 중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금자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 상호금융업권 역시 새마을금고법, 농협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등 개별법 개정안을 통해 예금자 보호 한도 수준과 시기를 예금자보호법과 동일하게 맞추는 작업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시장 위기 시 금융사를 선제 지원할 수 있는 '금융안정계정' 도입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시장 쏠림 변수까지 가세할 경우 일부 금융사에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및 금융 상황을 보았을 때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할 최적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금융안정계정은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 예보 내의 각종 기금 적립금과 보증료 수입 등을 활용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금융당국과 예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급 보증 가능 규모는 최대 124조원에 달한다.
금융안정계정과 함께 한국은행의 대출 등 여러 시장안정 조치가 함께 시행될 경우 조기 시장안정을 크게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과 중복되는 기능을 한다거나 금융당국 및 예보 재량권을 지나치게 높인다는 점 등에서 금융안정계정 대한 문제점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나온터라, 22대 국회에선 통과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