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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대만의 깜짝 우승,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운도 따랐다. 대회 방식부터 그랬다.
일본, 대만, 미국, 베네수엘라 4팀이 펼치는 슈퍼라운드. 일본 3승에 나머지 팀들이 1승2패로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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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1승2패로 라운드 마감이 확정되자 어부지리로 결승 티켓을 따냈다.
마지막 일본과의 결승전에 에이스 린위민을 쓸 필요가 없어졌고, 2000달러의 벌금과 야구 매너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고 린위민 투입을 결승전으로 미뤘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린위민이 결승전 4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대만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만은 총 3패를 하고도 우승한 최초의 팀이 됐다. 과정이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경기 한판을 이기고 우승한 것도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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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마음의 위안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개막전 대만에 충격패를 당하며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런 대만이 우승을 했으니 '참사의 주인공이 된 게 아니라, 질 만한 팀한테 졌다'는 결과론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그에 진출한 유망주들과 일본프로야구 출신 선수들 중심으로 예상보다 뛰어난 개인 기량과 조직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냉철하게 바라보면 이제는 대만을 절대 한 수 아래 상대로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실력이나 리그 환경 면에서 모두 한국이 앞서는 게 확실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야구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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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선수가 없어 비시즌만 되면 실력 이상의 '돈 잔치'가 벌어진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선택한 대표팀인데 김도영(KIA) 박영현(KT)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만과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하는 선수가 있느냐고 할 때, 자신 있게 누구라고 답할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 외에 국제대회에서의 참패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대만은 일찌감치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미국, 일본 등 해외로 진출시킨다.
높은 수준의 야구를 접하고, 강한 선수들과 싸우며 자신감을 얻는다. 대표팀 투-타 주축 선수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한다. 소위 말하는 'A급' 선수들이 줄줄이 나오니 한국과도 충분히 싸워볼 만 하다. 대만도 현재의 주축 멤버들이 젊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어느덧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가 돼버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