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의 배터리가 글로벌에서 잇따른 화재 사고로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주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LG엔솔 배터리에 대한 우려를 소비자에게 안내하면서 '리콜 리스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세계적인 배터리 수요 감소 추세 속에서 LG엔솔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라는 점 또한 이같은 안전성 논란과 맞물려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호주 이어 유럽서도 ESS '무더기 리콜'
유럽연합은 이들 제품이 배터리 셀 내부의 합선으로 인해 배터리가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는 RESU10H, RESU7H, RESU10M의 경우 전자파 적합성(EMC) 지침의 요구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고, 다른 제품은 일반 제품 안전 지침의 요구 사항을 따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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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화재 위험이 있는 LG엔솔 ESS가 호주 지역에서 4000개가 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난 5월부터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소비자가 위험을 알 수 있도록 광고 캠페인을 1년간 실시하고, 영향을 받은 모든 배터리가 이 기간 안에 해결되도록 조치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앞서 LG엔솔은 2020년부터 약 1만8000개의 제품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ACCC가 밝힌 태양광 배터리로 인한 재산피해는 15건이다. 빅토리아 주의 한 주택은 전소된 만큼 소비자 안전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LG엔솔은 이와 관련, "호주 현지 주요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리콜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3월에는 일본 가고시마현의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역시 LG엔솔이 일본에 공급한 ESS 설비가 설치된 건물이었다. 이 사고로 건물 1동이 전소됐고, 소방대원 1명이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배터리 화재 보상금만 2033억원…글로벌 점유율 ↓
LG엔솔의 화재 논란은 ESS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에서도 일은 바 있다.
LG엔솔이 2015년 제너럴모터스(GM)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출시한 쉐보레 볼트 EV의 특정 모델에서 차량 화재가 자주 발생한 것. 이 차량에도 LG엔솔의 배터리가 탑재됐고, 미국 등에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자 2020년 리콜이 시작됐다. 올해 5월 LG엔솔 등은 배터리 결함으로 문제가 됐던 볼트 EV 모델의 소유주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1억5000만달러(약 2033억원)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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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의 올해 1~5월 글로벌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은 12.6%였다. 2021년(23.6%)과 비교하면 11% 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글로벌에서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중국의 CATL이 같은 기간 28.3%에서 37.5%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LG엔솔이 글로벌 경쟁에서 고전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체 시장이 확대되면서 LG엔솔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대신 매출, 영업이익 등이 늘어난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최근 지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LG엔솔이 공시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1573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75%나 줄어든 셈이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등에서 중국·한국 배터리 간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원자재 확보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글로벌에서 전기차가 드라마틱한 판매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엔솔 관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등을 통해 품질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