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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여 위험한 경우가 있어요. 자전거가 벨을 울려도 못 듣는 사람도 많고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에서 만난 김모(26)씨는 출·퇴근 시간 직장인과 자전거로 혼잡한 보도를 두고 불만과 걱정을 토로했다.
그러나 한켠에선 자전거 한 대가 곡예하듯 직장인들을 요리조리 피해 달려 아찔해보였다. 자전거 도로가 있긴 하지만 인도 한가운데여서 인파가 몰리면 인도와 구분이 사실상 없어졌다.
직장인 홍모(26)씨도 DMC역에서 회사까지 15분 거리를 1년6개월간 걸어서 이동하면서 아찔한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홍씨는 "이어폰을 꽂고 다닐 때가 많은데 갑자기 뒤에서 자전거가 튀어나와 깜짝 놀란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5)씨는 "자전거 도로는 차도에 가까울 줄 알았는데 인도 쪽으로도 많이 있더라"라며 "자전거 도로 위치가 차도 쪽으로 통일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짧은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시민이 늘면서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보도에서 자전거가 행인을 치는 사고도 증가하는 추세다.
18일 서울시 따릉이 이용 통계를 보면 1∼5월 합산 대여 건수는 2021년 1천22만4천183건에서 2022년 1천414만4천778건, 2023년 1천672만3천496건으로 2년 새 63.6%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자전거가 인도에서 보행자를 친 사고는 모두 125건으로 2021년(109건)보다 14.6%, 2020년(106건) 대비 17.9% 늘었다.
이처럼 사고가 빈번해지는 원인으로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전용도로가 부족해 자전거와 보행자와 접촉할 가능성이 큰 도로 환경이 꼽힌다.
지난해 서울시 자전거도로 현황 통계를 보면 전체 자전거 도로 1,316.0㎞ 가운데 연석이나 분리대로 차도·보도와 명확히 구분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13.7%인 179.8㎞에 불과했다. 반면 차도와 구분하되 보행자도 통행할 수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871.7㎞로 전체의 66.2%를 차지했다.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는 도로 구조개선을 통해 보도와 자전거가 이용하는 공간의 폭을 넓히고 자전거만 다니는 전용도로를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13일 "사고를 줄이려면 자전거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 차로를 일부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보하는 방안이 유일하다"고 짚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과감한 도시계획을 통해 자전거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hu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