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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조화장품 클리오, 성공신화 '흔들'…공모가 4만원→현 주가 1만원대로 추락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8-10-25 08:32


잘 나가던 클리오가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화장품 기업인 클리오는 2016년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그룹의 사모펀드 회사인 'L Capital Asia'로부터 5000만달러를 투자받는 등 K-뷰티의 대표주자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색조화장품 중 최초로 코스닥에 입성했으나, 불과 상장 2년만에 적자 전환을 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공모가가 4만원대였던 클리오 주가는 4분의 1토막이 나 1만원대에 머물고 있어 주가회복을 바라는 개미 투자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색조 전문 브랜드에서 출발한 클리오는 현재 색조 전문인 클리오와 페리페라, 스킨케어 브랜드인 구달에 이어 지난해 론칭한 힐링버드, 더마토리 등 총 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자수성가형 한현옥 대표의 성공신화 빛바래나?

연세대 사회학과 출신인 한현옥 클리오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 등을 거쳐 1992년 미용제품 전문업체 쏘시에떼보떼에 입사했다. 1993년 클리오를 세웠고, 2015년 '공효진 화장품'으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1935억8995만원, 영업이익 256억8591만원을 거뒀다. 전년대비 매출은 80.7%, 영업이익은 13.9% 늘어났다.

지난 2016년 투자유치를 통해 LVMH그룹과 관계를 맺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LVMH그룹과 연관되어 있는 전세계 화장품 유통망을 활용,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클리오의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작년 상반기 대비 6% 감소한 9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주가 또한 하락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11월 9일 코스닥에 입성한 클리오는 자신만만하게 공모가를 4만1000원으로 정했다. 당시 공모규모는 1844억원으로 역대 화장품 브랜드숍 가운데 최대 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그 뒤 계속 힘이 빠졌다. 주가는 내리막을 걸어 1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24일에는 1만3550원에 장을 마쳤다. 클리오는 지난 8월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5만주를 50억원에 배당가능범위 내 취득키로 했으나, 투자심리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적자전환과 관련, 클리오 측은 신규 브랜드 개발과 매출 확대를 위한 인력 충원, 매장 확대,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고정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주가하락과 관련, 클리오 관계자는 "올해 클리오가 기대 했던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최근 일부 외국 기관에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회사는 주가 안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중국 관광객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로드숍 클럽클리오 및 면세점의 매출이 그동안 부진했으나,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가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준비하고 있는 전략들이 4분기에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주가 역시 실적에 따라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행을 만들던 클리오, 이젠 유행 따라가기도 어렵다?

2016년 5월 중국 현지에 직진출해 광저우 클럽클리오 첫 현지 매장을 오픈하고 7월에 LVMH의 투자를 받아 9월 중국 세포라 98개 매장에 클리오와 페리페라가 입점했다. 다음해 1월에는 중국 왓슨스 매장에 클리오, 페리페라, 구달 등 3개 브랜드를 모두 입점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기존 이용하던 도매 거래처의 매출을 줄여가면서까지 시장 직진출에 본격 나섰으나, 바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역풍을 맞았다.

당시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이슈로 중국 직진출 후 제대로 된 마케팅 활동을 하지 못했다"며 "중국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는 하락하는데 도매 매출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면서 고정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매장 관련 비용, 인건비 등 고정비가 급증할 때는 당연히 이를 상쇄할만한 폭발적인 매출 상승이 뒤따라줘야 한다. 이와 관련 클리오 측은 자사 인기 브랜드인 구달의 비티C 세럼 등을 히트 아이템으로 꼽았다. 지난 1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구달 청귤 비타C잡티세럼의 경우, 3분기 매출은 2분기와 비교해 10% 신장했다. 3분기 올리브영 에센스 부분 5위에 올랐다. 나름 인기 아이템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을 정도로 성공했다고 보기엔 역부족이다. 과거 2010년 출시 ,2016년 누적 판매량 500만을 기록한 '클리오 워터프루프 펜/펜슬/브러쉬 라이너 킬 블랙'와 비교하면 폭발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

또 클리오는 다양한 브랜드 라인업 구성을 위해 지난해 소위 '더마 코스메틱'을 표방하면서 더마토리를 론칭했으나 이 또한 너무 늦은 진출로 평가되고 있다. '더마 코스메틱'은 피부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틱(Cosmetic)'의 합성어로서, 피부과학적 해결을 제시한 화장품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수많은 제약회사들이 앞 다퉈 관련 업종에 뛰어들었으며,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업계 관계자는 "클리오는 초창기엔 국내 뷰티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과감한 색조 제품을 당당히 전개하면서 트렌드 세터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메이저 화장품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분야를 공격적으로 개척했다"며 "이제는 색조화장품도 경쟁력을 갖춘 후발 주자들이 잇달아 제품을 새롭게 선보여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기엔 어려워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클리오 측은 "현재 한국엔 110개, 중국엔 50여개의 오프라인의 매장이 있다. 손익 분석을 면밀히 거쳐 적자 매장을 정리해가면서, 영업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또한 색조화장품도 요즘 트렌드에 맞춰 보다 빠른 호흡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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