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54)씨가 법정에서 "김지은 씨가 남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해 가을쯤부터 업무가 끝나고 (김 씨가) 나의 인사를 안 받았다. 못 들은 게 아니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불쾌했고, 안 전 지사에게도 투덜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씨와 (저는) 사이가 좋았다고는 볼 수 없고, 마주치거나 만날 때마다 늘 표정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웃긴 웃는데 반갑게 웃는 게 아니라 웃어야 해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상화원 사건'에 대해서 민 씨는 "(지난해 8월) 중국 대사 부부를 충남 보령 죽도 상화원에서 1박 2일 접대했고 피해자 김 씨가 1층, 2층에 우리 부부가 숙박했다"라며 "잠을 자다가 새벽 네 시쯤 발치에 김 씨가 서 있는 걸 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너무 당황스러워서 실눈을 뜨고 지켜봤다"며 "안 전 지사가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지은아 왜 그래'라고 말했고, 김 씨는 '앗, 어' 이러더니 도망치듯이 내려갔다"고 했다.
'민 씨와 잘 지냈다'는 취지의 김 씨 진술도 반박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증인신문 당시 '상하원 사건 이후에도 민 씨와 잘 지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 씨는 "사적인 것은 사적인 것이고, 말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 김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김씨를 돕고 있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 측은 "(김씨가) 당시 참석자들이 술을 마신 상태라 불미스러운 사태를 막기 위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키다 잠들었고, 안씨 부부 침실에서 기척이 들려 1층으로 내려왔다"고 했다.
이날 민씨의 증언은 안 전 지사로부터 '위력(威力)에 의한 간음'을 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재판에서 가족 증언의 신빙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날 민씨의 증언은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성문 변호사는 "민씨가 본인 명예가 실추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증언한 만큼 재판부가 민씨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