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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해도 현 '벨로드롬의 최강자'는 정종진(31·20기·SS반)이었다.
경륜황제 정종진의 아성이 흔들리자 그 파급력 또한 상당했다. 우선 수도권이 휘청거렸고 반대로 전통의 라이벌 창원, 김해 등 경남권은 그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주포인 이현구, 성낙송, 박용범에 강 호, 윤민우 같은 신진들의 가세는 그야말로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격. 경남권의 득세와 더불어 또 다시 벨로드롬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약 한달 간의 공백을 뒤로 하고 벨로드롬에 복귀한 정종진은 순식간에 이 모든 우려를 날려버리기 충분할 만큼 건재를 과시했다. 아니 더 성숙해지고 더 강해졌다. 우선 연승 그리고 낙차 경주에서 명암을 달리했던 경쟁자 최래선, 성낙송, 강 호, 이현구 등을 연거푸 눌렀다. 자비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아예 순위권에서 대부분 착외 시켜버렸다. 가장 놀라운 것은 경기 내용, 경기력이었다. 어느 순간 마크추입맨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보란 듯이 날려버리며 시원한 자력 승부를 연신 구사했다. 특히 지난 5월 12일 토요일 14경주에선 200m를 10초 70, 한바퀴 기록은 17초대를 찍어 주변을 아연 실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200m 10초대와 한바퀴 17초대는 경륜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그야말로 꿈의 기록으로 불릴 만큼 좀처럼 보기 드문 엄청난 시속이다. 우연인가 싶었지만 6월 2일엔 또 다시 각각 10초 82와 한바퀴 17초 92를 순수 자력인 한 바퀴 선행으로 기록, 다시 한번 본인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정종진이 데뷔 후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란 듯 재기할 수 있는 원천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 능력에 있다. 가벼운 부상을 하거나 대상 및 그랑프리를 차지해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훈련장을 찾을 만큼 엄청난 운동 욕심이 있고 승부의 중압감을 덜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선수다. 가벼운 유흥조차도 일체 용납하지 않을 만큼 절제력이 대단하고 경기중의 집중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적잖은 맘고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종진이 오히려 체력적으로도 더 강해진 것이 놀랍다"면서 "현재 정종진의 대항마로 꼽히는 성낙송의 추입위주의 단조로운 전법, 기대주인 최래선의 적응력이 생갭다 더디고 주목받는 강 호는 아직 경륜 자전거에 익숙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정종진의 독주는 더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