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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전설 이규승의 마장산책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8-06-07 14:36


일본은 패전 후 모든 산업이 올스톱 상태였다. 경제 뿐 아니라 모든 게 올스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국민 대부분이 실업자가 됐다.

정부는 예산도 없고 세금도 걷히지 않아 복구사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돈이 전혀 돌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경마장은 영업이 됐다. 할 일도 없고 오갈 데도 없는 국민들이 경마장으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경마가 시간 때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기에 입장객이 줄을 이었고 심심풀이 베팅에 의한 매출도 쏠쏠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경마산업 확장에 나섰다. 중앙경마회(JRA)가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금을 풀어 전국 곳곳에 경마장을 건설했다.

이로 인해 돈이 돌면서 경제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국민들 주머니에 들어있던 유휴자금이 국고로 흘러들어갔다.

정부는 이에 힘입어 덴마크에서 관전용으로 시행되던 경륜(자전거경주)도 도입, 전국 곳곳에 경륜장을 건설하고 베팅사업으로 육성했다.

경마와 경륜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복구사업을 했다고 한다.

경마는 베팅의 흥미를 제공하면서 국민들의 유휴자금을 끌어내 공적자금으로 조성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경마, 경륜, 경정을 공영경기라고 칭하고 있다.

경마에서 벌어들인 돈은 여러 분야에 쓰인다.

가장 많은 것이 축산농가 지원이다.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소나 돼지, 닭 등이 병들어 치료를 받으려면 치료비 외에 수의사 출장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런 경우 치료비 지원을 해준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질병이 돌 때 방역 비용도 경마에서 벌어지는 돈으로 충당한다.

농어촌 학생 장학금 지원, 농어촌 지역 복지시설 지원 등 매년 많은 돈이 지원되고 있다. 지방에 가면 'Life & Love'라고 쓰여진 승합차를 더러 보게 되는데 그게 모두 마사회가 지원한 복지차량들이다.

각급 학교의 토요스포츠데이나 방과후 교실에서의 승마교육도 마사회의 적지 않은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승마장들도 거의가 마사회 지원으로 지어진 것이다.

그러나 경마로 번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마사회가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귀를 기울이지않는다. 마사회가 그 돈으로 호의호식한다거나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마사회는 공기업이다. 지출은 철저한 법과 규정으로 정해져 있고 거기에 맞춰야 된다. 인건비와 운영비 등 모든 예산은 소관부처인 농림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지시도 받는다.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농림부 감사 수감기관이다.

서슬 시퍼런 감독 아래서 마사회 마음대로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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