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 때 불거졌던 공매도 폐지 여론이 골드만삭스의 공매도 미결제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들끓고 있다.
6일 오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 폐지 등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글이 수십건 올라온 상태다. 청와대는 청원이 30일간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으면 답변하게 돼 있다. 한 청원자는 "공매도 순기능이 고평가된 주식 거품을 제거하는 효과라고 하지만 소액투자자의 접근 제한이 심해 외국인과 기관만 무한정 대차와 공매도가 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역기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라고 진단하고서 "이를 계기로 공매도의 전면 금지나 폐지를 하고 전 증권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대차수량과 공매도 수량이 검증되는 시스템으로 보완되기 전까지는 공매도가 허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4월 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 이후에도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있어 금융위원회가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해 폐지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한 바 있다. 금융위는 공매도를 폐지하는 대신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문턱을 낮추고 전담조사반 설치로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 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곧바로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에서 공매도 미결제 사고가 발생하자 여론은 다시 악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오는 15일까지 8영업일 간 팀장 1명 등 4명을 투입해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을 검사하기로 했다. 특히 빌려온 주식도 없이 매도 주문부터 먼저 내는 '무차입 공매도'를 했는지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5일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협의회 발족' 기념식에서 "공매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서, "무차입 공매도는 확실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불리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결제 공매도 같은 규정을 위반한 공매도 의심 사례가 최근 4년간 57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21건, 2015년 16건, 2016년 10건, 2017년 10건 등이 발견됐다. 올해는 거래소가 아직 통계를 내지 않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에서 발생한 공매도 규정 위반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공매도 규정 위반 의심사례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공매도란
공매도는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다는 의미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에 주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싼값에 주식을 다시 사들여(숏커버링)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는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를 보게 된다. 공매도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고 하락장에서 증시 유동성을 높이는 등의 순기능이 있지만 지나친 변동성 확대나 작전·투기 세력 개입 가능성, 개인 투자자 피해 등은 문제로 지적돼왔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법으로 허용되며,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