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의 국내 지사가 요즘 시끄럽다. 연초부터 때 아닌 가격인상으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더니, 최근엔 노동조합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샤넬코리아 직원 근무환경은 무늬만 명품?
화장품 판매직원 320여명으로 구성된 샤넬코리아 노조는 지난달 25일부터 부분 파업과 쟁의 활동에 돌입했다. 노조가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0.3%. 이는 연간 평균 7만2000원 정도로, 1인당 월평균 인상액은 약 6000원인 셈이다.
이와 관련 김소연 샤넬코리아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산업통상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근무시간이 너무 길고 퇴근 시간이 늦어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아이가 힘들어 심리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는데 해줄 말이 없었다"며 "동료들도 출산과 육아에 힘들어 하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이라도 고정 휴일이 확보되길 바란다"고 호소한 바 있다.
본사가 지정하는 화장과 머리 모양 등을 갖춰야 하는 이른바 '그루밍 룰(복장 규정)'도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 샤넬코리아 직원은 매일 근무 시작 전에 색조 화장과 매니큐어, 머리 모양 등을 철저하게 다듬어야 했다.
이의 부당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샤넬코리아 노조원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사복 근무에 나섰다. 각 조합원은 매장에 '저희는 쟁의 행위 중입니다'라는 피켓을 걸었고, 지난 6일부터 단체 티셔츠에 문구 등을 넣어 그루밍 룰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또 "회사가 지난 9일 노조 조합원을 회유해 노조 탈퇴를 유도하고 따로 접촉한 정황이 있다"며 지난 12일 사측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샤넬코리아 측은 "임금 인상에 있어 부분 합의를 이루어 냈으나, 특정 직급의 임금 인상에 관해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속 협의 중에 있다"며 "직원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그루밍 룰의 강요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샤넬코리아 측은 "백화점 오픈 시간 1시간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근무 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그루밍을 비롯한 오픈 준비를 위한 시간으로 할당하고 있다. 노동법에 따라 주 40시간 근무를 하며, 오전 9시30부터 오후 6시30까지가 정규 근무시간"이라며 "오후 6시30분 이후부터 백화점 폐점시간까지의 근무시간을 시간외 근무로 계산해 노동법에 따른 임금을 지급해왔다"고 주장했다.
높은 영업이익 유지하면서 직원 처우개선과 기부에는 인색
샤넬코리아는 1991년 10월 국내에 진출할 때부터 유한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비상장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철저한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주요 재무정보를 공시하도록 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샤넬코리아 또한 외부 감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전까지 유한회사의 경우 정보공개의 의무가 없었기에, 샤넬코리아는 20년 넘게 구체적인 재무정보를 공개한 적이 없다. 다만, 업계에선 샤넬코리아가 연 170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1위 브랜드로서 이 같은 매출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샤넬코리아의 가격 인상 정책도 한몫을 했음은 분명하다. 샤넬코리아는 매번 '본사 정책'이란 이유만을 내세우면서 가격을 당당히 올려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영업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 인상 정책을 수년간 이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엔 세 차례나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자사 판매직원들의 "근무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그간 샤넬을 비롯해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순이익에 비해 인색한 기부문화와 사회공헌 활동으로 반감을 사왔다.
이와 관련 샤넬코리아 측은 "올해 초 진행된 샤넬의 가격 인상은 본사의 가격 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됐다"며 "기부금이나 매출 영업이익 관련해선 본사 방침 상 커뮤니케이션이 불가하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왔다. 사회공헌활동이나 기부금에 대해서도 "본사 방침상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