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의 경마 사업에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맞아 승마 중심의 말산업 육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법이 문제이다.
말산업은 말의 생산에서부터 시작, 성마가 되면 경마, 승마, 식용 등 말을 이용한 각종 산업 현장으로 팔려나가고 은퇴후 재활용산업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사료와 치료, 말에게 필요한 장구 생산, 말을 이용한 의약품 및 화장품 개발 생산 유통 등을 아우르는 거대한 산업이다.
경마 외적인 산업, 즉 3~4%에 그치고 있는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게 관건이다. 바로 그 방법을 찾는게 대한민국 말산업을 일으키는 길이라고 본다.
마사회도 이를 위해 그동안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승마장을 늘리고 승마 교육 지도자를 양성하고 생산목장을 늘리는 한편 각급 학교 승마교육에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말산업의 발전은 별로 이뤄진게 없는 것 같다. 경마인구든, 승마인구든 늘어난 게 별로 없다. 승마장 건설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고, 이에 따라 신설 승마장도 적지 않았지만 문닫는 승마장도 적지 않다보니 승마장 숫자는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 아닌가 싶다.
이런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것은 말산업 소비자인 승마나 경마 인구를 늘릴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승마장만 늘리는데 주력한데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승마장만 늘린다고 승마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승마인구부터 늘리는 게 순서이다.
물론 마사회는 승마인구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다. 각급 학교의 방과후 교실이나 토요스포츠데이 등에 승마프로그램을 넣어 저렴한 비용으로 승마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승마인구 역시 늘어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연속성이 없는 맛보기 승마에 그친 게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말과 사람이 친해지는 프로그램부터 개발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말과 사람이 친해지지 않고 국민의 사랑받는 승마, 경마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승마장, 경마장만 늘린다고 승마인구, 경마인구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작금의 경마와 승마는 국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가.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이 깊이 심어져있고 승마는 '불편한 스포츠'로 전락돼 있다. 20~30분 말타기 위해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살펴보자. 차타고 1시간 이상 나가서 옷갈아 입고 말타고 들어와 샤워하고 옷갈아 입고 1시간 이상 걸려서 귀가한다. 20~30분 말타려면 4시간 이상 허비해야 된다.
그나마도 말타고 들판이나 해변을 신나게 달리면 좋은데 울타리 쳐진 마장 안을 빙글빙글 돌다오기를 몇 달은 해야 된다.
전 국민을 상대로 승마 경마 강의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를 뛰어넘어 말이 있는 곳으로 나들이를 가고 학습체험도 가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전 스포츠조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