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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나우' 부진으로 몸살…사업 주도한 오너 2세 강준석 상무 경영능력에 '갸우뚱'

전상희 기자

기사입력 2017-11-21 08:42


아웃도어 시장의 위축 속에서 블랙야크가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사업들이 잇달아 암초를 만나 좌초 위기에 빠진 것.

창업주인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외동아들인 강준석 블랙야크 상무가 주도적으로 인수한 브랜드 '나우'가 극도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가 하면 2012년부터 추진해온 제주도 휴양단지와 관련해서도 구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휴양단지의 경우, 내년 초 투자진흥지구 재지정을 앞두고 있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1973년 서울 종로5가에 '동진 산악(후에 동진레저로 개명)'이라는 등산 장비전문점에서 시작해 오늘날 매출 6000억원에 달하는 블랙야크를 키워낸 강 회장이 안팎으로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 '어렵네'…캘빈클라인골프와 계약 결렬

2013년 블랙야크는 매출 5805억원까지 치고 올라갔다. 당시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블랙야크는 2015년 매출 2조원을 달성하고, 2020년엔 국내 2조원을 비롯해 총 4조원의 목표를 자신있게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다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아웃도어 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블랙야크의 매출도 2014년 5773억으로 떨어지더니 2015년엔 4267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1105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도 지난해에는 291억원으로 곤두박질했다.

이런 가운데 신성장동력으로 새롭게 진출을 선언한 골프웨어 라인은 출발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블랙야크는 침체된 아웃도어 시장에서 벗어나 골프웨어로 사업 영역 확대를 야심차게 선언했다. 당시 블랙야크는 캘빈클라인골프의 론칭 계획을 밝혔으나, 끝내 캘빈클라인과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어 최근 일본 브랜드 '힐크릭'과 급히 국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막바지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던 캘빈클라인골프와의 계약 결렬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의 첫걸음부터 삐끗거리는 모양새를 보여주고 만 셈이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인수한 브랜드 '나우'의 저조한 실적도 우려를 낳고 있다. 나우는 나이키, 파타고니아 등의 개발자들이 직접 투자해 만든 미국의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다. 강 회장은 나우 인수를 발표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며, 블랙야크 성장을 위한 새로운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수 발표 당시 블랙야크는 2020년까지 매장 80개, 매출 4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현재 매장수는 전국적으로 10개에 불과하고, 매출도 부진하다.


특히 나우는 강준석 상무가 인수와 국내 론칭의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강 회장의 1남 2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강 상무는 하루빨리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매출 면에서 나우의 저조한 성적은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갈 길이 먼 강 상무의 앞길에 상당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블랙야크 측은 "나우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블랙야크의 철학을 대변하는 브랜드"라며 "블랙야크의 성장에 있어 매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소비자의 반응도 좋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의 성장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농어촌관광휴양단지 사업 둘러싸고 잇단 '구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쉽지 않은 만큼, 제주도 농어촌관광휴양단지 관련해 잇따른 구설도 블랙야크가 풀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블랙야크는 2012년 8월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에 6만3736㎡(약 2만7000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500여억원을 투자해 숙박시설, 연수원 등 농촌관광휴양센터를 짓겠다고 밝혔으며, 2014년 5월 연수원 네이밍 공모전까지 했다. 당시 발표한 완공시기는 2015년이다.

그러나 이 휴양단지는 회사법인(블랙야크)이 주체가 돼 추진하는 사업임에도, 강 회장이 토지 소유주로 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로 인해 세간에선 회사 측의 강력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 개인의 부동산 투자에 회사를 동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와 관련 블랙야크는 해당 사업 부지가 농경지이기 때문에 법인 명의로 구입할 수 없어서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강 회장 명의로 먼저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사업허가가 떨어지면 회사 명의로 다시 그 부지를 매입할 예정이라고 밝혀왔으나, 20일 현재 등기부등본에 색달동 땅 명의는 여전히 강태선 회장으로 돼 있다.

더욱이 제주투자진흥지구 재지정을 둘러싸고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블랙야크 측은 지난 2월 이 휴양단지를 제주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았다. 투자진흥지구로 선정되면, 개발 부담금을 감면받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당시 제출한 서류에 명시된 사업비는 321억원이고, 사업기간은 2013년 1월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다. 당초 500여억원에서 거의 반토막이 날 정도로 사업이 크게 축소된 것이다.

게다가 현재 관련 사업의 진척도는 10%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12월 31일 완공은 물 건너간 셈이다. 따라서 블랙야크는 내년초에 투자진흥지구로 재지정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투자진흥지구 심의를 받을 당시 이같은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워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 수 있다.

지난 9월 실태조사를 한 제주도 투자진흥과 관계자는 "사업 진척 속도가 더딘 편이라 우리도 우려를 하고 있다. 만약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내년 초 관련 심의위원회에서 투자진흥지구 지정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자진흥지구에서 해지된다해도 개발로 인한 토지 가격 상승 등은 현 구조에선 강 회장 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블랙야크 측은 "2013년 초기 기획 당시는 지금과는 다른 관광 소비시장 트렌드였다"며 "자연과 인간, 환경이 공존하는 제주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콘셉트로의 변화가 필요해서 일정 변경이 불가피했을 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세 차익이란 계획된 사업이 지속 운영될 경우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며 "세제 혜택 또한 공사 완료 전이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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