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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원로 배우 김영애가 향년 6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영애씨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촬영하던 중 '췌장암' 판정을 받았고 드라마 종영 후 대수술을 받았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더욱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병원을 오가는 투혼 끝에 유작으로 남겼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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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의 경우 수술이 가능한 1기(암세포가 췌장에만 있는 상태)나 2기(주위 조직이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상태) 환자는 전체 췌장암 환자 중 30%에 불과하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3기와 간이나 폐 등으로 전이된 4기 환자는 수술이 불가능하다. 1, 2기에 속해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은 20%로 여전히 다른 암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른 암은 5년 생존율, 10년 생존율을 따지지만 췌장암만은 여전히 5년까지 가기도 어려워 3년 생존율을 따지고 있는 형편이다.
김선회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는 "췌장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첫째, 조기진단이 어려워 발견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적다는 점과 둘째, 췌장암의 특성상 전이가 잘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걸리면 죽는 암'이라는 편견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 등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른 암과 달리 췌장암에서는 '조기', '초기'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일찍 발견해도 재발이 잘 되고, 치료가 어려워 흔히 말하는 '조기암'의 범주에 속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세포가 1cm 이하이고 주변에 림프절 전이가 없고, 췌장 바깥으로 암세포가 넘어서지 않은 경우를 조기로 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1cm 이하의 작은 췌장암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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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는 2012년 1만2829명에서 2014년 1만8017명으로 3년 새 40.4% 증가했다. 췌장암은 국내에서는 비교적 드물게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왔지만 생활방식이 서구화되면서 꾸준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인구 10만명당 남성은 9.8명, 여성은 8명으로 선진국 수준인 10명 이상에 근접해가고 있다. 현재 췌장암은 국내 암 발생 순위 8위, 사망률 5위다.
췌장암 생존율이 20년 전부터 제자리걸음인 것은 초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췌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진 황달, 복통, 소화불량 등은 소화기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는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했을 때는 이미 3~4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희성 이대목동병원 간·췌장담도센터 교수는 "췌장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복강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작은 장기라 내시경이나 복부 초음파로는 발견하기도 어렵다"며 "가족력과 당뇨병, 흡연, 만성췌장염이 있는 경우 등이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힘들고 어렵지만 의지를 가지고 치료를 받는다면 배우 김영애처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50세 이후에 당뇨가 갑자기 찾아온다던지, 기존 당뇨가 악화되거나 소화장애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즉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췌장암 관련 정밀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며 "검사기술의 발달로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로 비교적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지만, 초음파의 경우 위장 내 가스나 뱃살이 많은 경우 검사가 곤란하므로 CT가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췌장암의 유일한 근본적 치료방법은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다. 하지만 이 경우 진단받은 환자의 10~15%에서만 절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절제가 불가능한 대다수의 환자들에게는 약물을 통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시행된다.
윤원재 이대목동병원 췌장센터 교수는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약물치료 시 중앙생존기간(100명의 환자가 있을 경우 가장 짧게 생존한 환자부터 가장 오래 생존한 환자까지 나열했을 때 50번째 환자에 해당하는 생존 기간)을 11개월까지 늘리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연령과 활동도 등을 고려해 약물치료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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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발생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직계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 췌장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한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흡연이 췌장암의 발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 환자의 3분의 1가량이 흡연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이 발생할 위험이 1.7배 높다. 하루에 1갑 이상의 담배를 피울 때는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3배 이상으로 커진다. 담배를 끊은 사람이라도 10년 이상이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만큼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령도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이 증가해 대부분 50세 이상(발생 평균 연령은 65세)에서 대부분 발병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외에도 만성췌장염, 췌장의 일부 낭성종양 등도 췌장암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암에 대한 치료기술이 많이 발달했지만, 췌장암은 아직도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도 낮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과 초기진단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과일과 채소, 식이섬유소등의 섭취를 늘리는 대신 고칼로리, 고지방, 고탄수화물 섭취를 피해야 한다.
당뇨병 역시 췌장암 발병과 영향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당분 섭취와 음주, 특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줄이는 것이 좋다. 비만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실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살충제와 베타나프틸아민, 벤지딘 등 화학물질의 일부도 췌장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화학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작업자는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안전수칙을 엄수해 노출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이희성 이대목동병원 간·췌장담도센터 교수는 "췌장은 주변의 여러 장기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절제가 쉽지 않고, 외과 수술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여겨져 왔지만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술과 항암치료를 통한 생존기간 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좌절하지 말고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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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방 고칼로리 식사를 최대한 피해 비만을 예방한다.
- 화학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직업에 종사한다하면 보호장비를 꼼꼼히 착용한다.
-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 흡연자는 췌장암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2~5배 높으므로, 금연한다.
- 당뇨병이 있거나 만성췌장염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다.
<정기검진 필요한 췌장암 고위험군>
- 70세 이상 노인
- 10년 이상 장기 흡연자
- 만성췌장염 환자
- 50세 이후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가 생긴 경우
-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