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은 바로 가능한데, 일반 수술은 몇 달 기다려야 합니다."
수술용 로봇을 보유한 큰 병원 환자들은 수술 날짜를 잡다가 이런 말을 흔히 듣는다. 로봇 수술은 오픈 서저리(피부를 길게 째는 전통적인 수술)나 일반 내시경 수술보다 비용이 훨씬 비싸서, 병원마다 500만~1500만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암 등으로 하루가 급한 환자는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면 은행 잔고가 어른거려도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의사가 처음부터 "로봇으로 수술 하시죠"라고 말을 꺼내면 환자가 거부하거나 이유를 따져 묻기는 어렵다. 이런 경험을 한 환자들은 "병원에서 값비싼 로봇 수술로 등 떠민다"는 불만을 갖는다. 반면, 병원측은 "환자들이 로봇을 원하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모 대학병원장은 "자신이 로봇 수술 대상이 아닌 환자까지도 '로봇이 없는 병원은 실력이 없다'고 여기고 다른 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적자가 뻔했지만 다빈치를 들여놓았다"고 말했다. 로봇이 병원의 마케팅용인 셈이다.
최근 국산 수술용 로봇이 개발됐으나, 아직까지 전세계 시장은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 단일 기종이 독점하고 있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다빈치 보유 대수가 전세계 2~3위권일 정도로 로봇 수술 쏠림 현상이 심하다. 현재 국내 병원 49곳에서 65대의 다빈치 로봇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구형 모델을 최신형으로 교체하는 경쟁이 진행 중이다. 다빈치 로봇은 1대 당 20~30억원선이고, 1년 유지비만 2억원대에 이른다. 병원 경영진으로서는 일단 로봇을 도입하면 수술 건수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경영진의 분위기는 진료실의 현장 의사들에게 전달된다.
전립선암이나 하부 직장암 수술은 로봇 수술이 일반 수술보다 예후가 확실히 좋다. 하지만 다른 수술은 로봇의 예후가 우월한 건 아니다.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 중 의사의 손떨림을 보정해서 환부 절제와 봉합을 깔끔하게 해 주는 것이다. 반면, 조직이 얼마나 단단한지, 얼마나 팽팽하게 꿰매고 있는지 등의 촉감을 의사가 못 느끼는 단점이 있다. 집도의는 모니터에 뜨는 장면을 보면서 과거 손으로 수술하던 촉감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요령으로 대처한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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