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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성추행 사건, 박인규 행장 사과에도 '파문 확산' 왜?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7-07-11 08:16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과 여성 인권 문제 해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유력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에서 간부급 직원들의 비정규직 여직원들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재발방지대책 등을 발표했지만, 비난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성·노동·인권 시민단체들은 박 행장의 사과가 근본적 대책 없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 지역 5개 시민단체가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추가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DGB금융지주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 행장의 책임론은 물론 대구은행에 대한 거래 중단 등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파장은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진행된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인권보호 촉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대구여성회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갑질'로 물의

10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몇몇 간부급 직원이 회식자리 등에서 계약직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제 입맞춤 등 수차례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성추행 등은 지난해부터 이루어져왔지만, 대구은행 측이 이를 조사하게 된 것은 지난달에서다. 특히 대구은행 측에서 이를 덮기 위해 사내 제보자를 색출하고 은폐 대책회의를 하는 등 '입막음'에 급급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게다가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갑(甲)질'로 비쳐져 논란과 함께 시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네이버에서 '대구은행'을 검색하면 '대구은행 성추행'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이들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3명은 4급 과장과 차장이고 1명은 3급 부부장이다. 이들 중 일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20대 파견직 여성 포함 3명으로, 처음 알려진 사례에 대한 자체 감사 중 다른 성추행·성희롱 피해 사례가 드러났다.

대구은행 측은 이 외에 다른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노동조합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계약연장 등에 불이익 등을 우려한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쉬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대구 여성단체에는 추가로 피해 사례들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구은행 사태를 직장 내에서 성희롱 등 피해가 발생해도 피해자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비정규직 제도의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투명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은폐 시도는 없었다"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은 인사결정 권한이 없는 중간 간부급이고, 이들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취해 피해자들과 분리한 상태"라면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성추행 파문에 대해 대구은행의 조직적 여성차별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임원급을 제외한 대구은행 직원수는 총 3172명으로, 남직원 1689명·여직원 1483명으로 남녀 비율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직원 비율은 현저히 낮아져 역대 임원급 여직원은 단 1명에 그쳤다.

또한 남직원과 여직원간 근속연수와 연봉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대구은행 남직원은 평균 근속연수 18.35년에 연봉 1억400만원, 여직원은 평균 근속연수 11.79년에 연봉 5900만원으로 평균 근속연수 7년 차이이고 연봉차이는 4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조직에서 여성 인력에 대한 차별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피해자 아닌 고객에만 사과?…진정성 논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대구은행은 지역 대표 금융기업으로, 지난해 대구시 선정 '고용친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과 배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7일 박인규 행장의 사과에 대해서도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박 행장은 이날 제2본점에서 "은행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일로 지역 사회와 고객에게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일은 철저한 조사로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며 관계 기관 조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 여직원 보호, 재발 방지 계획 등을 밝히며, 은행장 직속 인권센터를 설치하고 성희롱 예방·직장 내 남녀평등 구현·조직문화 혁신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우선 사건에 대한 대처와 사과 시기가 늦은 데다, 박 행장이 간단한 사과문만 읽고 1분여만에 퇴장해 눈총을 받고 있다. 또한 박 행장의 사과문에서 가해자 처벌, 피해자의 치유와 고용 보장 등에 대한 확실한 약속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사과문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직원들에게 위로와 보호를 하겠다'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문구는 없었다는 점도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대구지방경찰청과 대구노동청에서도 이번 대구은행 사건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성추행·성희롱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대구은행의 미흡한 조치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10일 오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인권단체, 대구민중과함께 등은 대구 북구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자 인권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 면담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사과는 성추행 피해자들이 아닌 고객들에 대한 사과"라면서, "피해 직원의 고통은 외면하고 은행의 안위만 걱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 후 대구은행측과 면담을 진행한 대구여성회 신미영 사무처장은 "그동안 대구은행의 성희롱 예방교육이 전문가인 외부강사가 아닌 부점장들에 의해 엉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은행 측의 자정능력을 믿을 수 없다"면서 "외부 전문가에 의한 진상규명과 2차 피해 방지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대구은행의 진정성 없는 대응으로 인해 불매운동 등 성추행 파문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날 대구은행은 시민단체들이 항의면담에서 전달한 요구 사항에 대해 다음주 월요일까지 답변을 내놓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대구은행의 추후 조치가 미흡할 경우 거래 중단 등 불매 운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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