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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 기자의 제철미식기행=꽃게>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7-05-15 15:17


꽃게살 무침

봄철 서해안은 그야말로 미식의 보고다. 특히 국내 최고의 황금어장으로 통하는 부안~영광 앞바다의 칠산어장을 비롯해, 위로는 천수만, 아랫녘은 신안 갯벌 등 천혜의 어장을 품고 있는 축복의 땅이다.

특히 늦봄~초여름 사이, 오뉴월에는 알이 꽉 찬 꽃게가 별미다. 꽃게는 이즈음 산란을 앞둔 시기라서 살이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이 있을 때다. 마침 알까지 실하게 차있으니 간장게장용으로는 봄 게가 최고다.

우리가 흔히 꽃게장 전문식당에 가면 연중 노란 알이 꽉 찬 꽃게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다 이즈음 건져 올려 급랭해둔 덕분이다. 7~8월은 산란기 이후 금어기로 이어지는 때이고, 규제가 풀리는 9~10월에도 꽃게가 많이 잡힌다. 하지만 이때는 살이 많은 대신 알배기 꽃게가 없다. 따라서 가을 꽃게는 주로 무침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국민생선격인 꽃게는 우리 조상들도 좋아하는 별식이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맛이 달콤하고 좋다. 부채 모양의 다리로 헤엄을 잘 친다'고 묘사하고 있다.

꽃게는 2년생 한 마리의 산란수가 2만개가 넘는다. 따라서 예로부터 민화 속 게는 다산의 상징으로도 통했다. 아울러 장원급제 기원의 의미도 담고 있었다. 게의 딱딱한 등껍질을 갑(甲)으로 보고 으뜸(甲)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아울러 열심히 걸어 다니는 게의 습성을 부지런함으로도 새겼다. 따라서 반가에서는 자녀들이 가정을 꾸리면 등용과 출세, 다산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게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꽃게는 간장게장, 무침, 찜, 탕 등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다. 도시에서는 주로 간장게장 정식을, 산지에서는 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포구에서 맛보는 신선한 꽃게찜이란 달달하기까지 하다.

간장게장 게딱지에 따끈한 밥한 숟가락을 넣고 비벼 먹는 맛도 꿀맛이다. 특히 요즘은 간장게장을 짜지 않게 담가 먹기에 부담도 적다. 나트륨 섭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입맛 되찾기로는 빨갛게 무친 양념게장도 빼놓을 수가 없다. 그 부드러운 게살과 매콤 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의 맛을 담아낸다. 요즘은 햇마늘 철이라 마늘줄기를 어슷하게 썰어 꽃게무침과 함께 버무려 낸다면 그 미각이 한결 살아난다.


헌데 꽃게 요리는 맛은 있으되 점잖게 먹기가 어렵다. 딱딱한 껍질에서 살을 제대로 발려 먹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산지 식당에서는 아예 가위와 투명 비닐장갑을 상위에 함께 챙겨 준다. 맛난 음식 앞에서는 잠시 체면을 내려 두고 후회 없이 즐기라는 배려다.

맛난 꽃게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도 있다. 목포의 꽃게살 무침이 그것이다. 부드러운 꽃게의 생살을 발려 양념에 무친 관계로 먹기가 편하다. 꽃게살 무침을 제대로 하는 집에서는 봄철엔 알밴 것을 생물로 쓰지만 알이 얼면 본연의 맛이 살짝 떨어지는 관계로 냉동한 것은 수놈만을 쓴다.

목포사람들은 꽃게살 무침이야말로 꽃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자랑한다. 부드러운 꽃게 살과 고추 가루, 마늘, 생강, 간장 등 매콤 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지니 여느 양념꽃게장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맛을 낸다. 특히 뜨거운 밥에 쓱쓱 비벼 한 숟갈 오물거리자면 혀에 척척 감기는 듯 한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다. 목포 미식가들이 과연 오뉴월 꽃게살 무침을 '진짜 밥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풍미다.
김형우 문화관광 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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