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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싶다] 의사는 말해주지 않는 병원 선택법

이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7-04-25 09:38


[의사는 말해주지 않는 병원 선택법]

지난 2월 동네병원에서 난소암 의심 진단을 받은 주부 유모(45)씨는 큰 대학병원 3곳을 돌면서 확진받은 뒤 막상 수술은 어느 병원에서 할 지 결정을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안씨는 결국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후속 치료 중이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던 이모(58)씨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이씨는 "멀더라도 더 유명한 병원에 갔어야 하나" 후회하고 있다. 이처럼 누구나 큰 병이 생기면 어느 병원의 어떤 의사에게 치료받아야 할 지 헷갈린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병원 결정의 '숨은 팁'을 소개한다.

암: 초진보다 수술 대기 기간 확인해야

세칭 '빅5' 등으로 부르는 국내 대형 대학병원의 암 의술은 대동소이하다. 한국인에게 많이 생기는 암의 임상 치료 수준은 우리나라가 세계 톱 레벨이다. 문제는 큰 병원일수록 수술 대기가 길어지는 것. 대형 병원 암센터는 대부분 검사나 확진을 위한 초진은 신속하게 받을 수 있지만, 이후 입원과 수술은 길면 몇 달씩 밀려 있다. 따라서 초진 예약시 그 교수의 수술 대기 기간을 미리 물어보는 게 좋다. 몇몇 원로급 교수는 초진은 일단 예약이 밀리지 않는 젊은 교수들이 모두 보도록 한 뒤, 암으로 확진받은 환자가 오래 기다려도 그 교수에게 수술받겠다고 하면 진료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스타 의사'만 고집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빠르게 수술받는 게 낫다. 한편, 대형 대학병원의 원로 교수가 은퇴한 뒤 상대적으로 작은 병원에 초빙되기도 하는데, 병원이 조금 덜 유명해도 수술은 그 원로를 신뢰하고 받으면 된다. 다만, 여러 진료과목의 협진이나 수술 후 타 진료과목의 후속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진료 시스템을 초진 상담할 때 물어봐서 확인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 후 암의 예후는 후속 치료가 좌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외과 수술: 케이스 많은 병원, 의사일수록 믿음직

외과 계열 의사들은 "수술은 손기술이라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술을 많이 해서 경험이 쌓일수록 술기와 내공이 쌓여서 명의가 된다는 것. 같은 수술을 하는 여러 의사나 병원을 두고 고민이 될 때는 케이스가 많은 곳을 택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명문 의대를 나오고 수술 사례가 적은 의사와, 비명문 의대를 나오고 장기간 동일한 수술 사례가 많은 의사가 있다면 후자가 더 믿음직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큰 병원에선 수술 케이스가 일정 이상으로 쌓이면 홍보자료를 내기 때문에,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대강이라도 케이스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대형병원의 '외과 명의'들은 왕왕 여러 수술방을 동시에 열어 놓고 여러 환자의 수술을 집도한다. 의료계 은어로 이를 '양방(兩房)을 연다'고 한다. 단순히 피부를 열고 환부에 접근하는 과정은 전임의 등이 하고, 주치의는 환부를 절제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집도한다. 굳이 간단한 개복에까지 주치의가 시간을 쓰는 대신 더 많은 환자를 수술해 주는 방법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할 것은 아니다.

만성질환: 주치의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워

큰 종합병원에는 한 진료과 내에 같은 질환을 보는 특진 교수가 여러 명씩 있다. 당뇨병, 심혈관질환, 신부전증, 간질환 등 일단 발병하면 길면 평생 병원에 다녀야 하는 만성질환은 더욱 그렇다. 여러 교수 증 어느 한 명을 선택해서 주치의로 정하면, 아예 다니는 병원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같은 병원에서는 나중에 다른 교수로 주치의를 바꿔 주지 않는다. 교수들끼리 서로 환자를 보내거나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의 경우 어차피 한 명의 주치의에게 꾸준히 진료받는 것이 관리 효과도 우수하다. 따라서 초진 접수를 하기 전에 상담간호사 등에게 같은 질환을 다루는 교수들이라도 세부 전공이나 진료 스타일이 어떤지 자세히 물어볼 필요가 있다. 사전 정보 없이 외래 접수창구에 가면 보통 그날 진료시간표 등에 따라 임의로 진료를 잡아 준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은 처음 발병했을 때 나이 많은 유명 원로교수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교수를 주치의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몇 년 진료받다가 주치의가 은퇴해서 의사가 새로 지정되면 오히려 진료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심근경색·뇌졸중:119가 데려가는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해당 질환에 전문화된 응급실을 갖춘 병원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야 한다. 가까운 병원을 두고 큰 병원을 찾아서 멀리 가면 절대로 안 된다. 아무리 늦어도 3시간 이내인 골든 타임에 치료가 시작되지 않으면 100% 사망하거나 큰 후유증이 남는다. 반면, 골든 타임 이내에 치료받으면 '며칠 입원하고 걸어 나와 멀쩡하게 귀가할' 수도 있다. 아무리 급해도 환자를 승용차나 택시로 옮기면 안 되고, 반드시 119 구급차를 불러서 태워가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해도 사이렌을 켜고 달리는 구급차 이동 시간이 훨씬 짧고, 무엇보다 구급차 안에서는 이동 중 긴급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즉시 치료할 수 있는 응급센터가 지정돼 있는데, 출동한 119 요원들이 어느 병원인지 숙지하고 있으므로 119를 믿고 따라가면 된다. 한편, 위 뇌졸중 사례의 이씨는 만약 더 큰 병원을 찾아 돌아다녔다면 수술받을 기회도 없이 즉사했을 것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중환자실: 환자 마음대로 병원 옮길 수 없어

외래 진료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면서 '의료 쇼핑'을 할 수도 있지만, 어느 병원이든 병세가 심해 중환자실에 입원하면 그 병원이 마음에 안 들어도 환자나 보호자 마음대로 다른 병원 중환자실로 직행해서 옮길 수 없다. 중환자실간 전원은 현재 입원 중인 병원 주치의와 옮겨 갈 병원의 주치의가 모두 사전에 동의해야 한다. 중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받아서 더 잘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태에서 이송 중 사망하거나 병세가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양측의 동의가 있어도 옮겨 갈 병원의 중환자실에 빈 병상이 있어야 가능하다. 새 환자를 받기 위해 기존 중환자실 입원 환자를 내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병원 중환자실은 1년 내내 꽉 차 있고 그 병원 내의 환자를 위주로 병상을 돌리기 때문에, 다른 병원 환자가 중간에 치고 들어가기는 거의 어렵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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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센터 대전]

201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암센터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빅5 대학병원'은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계적인 규모의 암센터(병상수 기준)를 신설했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삼성서울병원 암병원,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연세암병원은 모두 500~700병상이 넘는 규모이다. 서울대암병원은 바로 옆 창경궁 때문에 대형 건물 신축이 불가능해 200병상 규모로 지었지만, 병원 본원의 입원실을 사용하므로 암환자 수용 규모로는 뒤지지 않는다. 빅5 뿐 아니라 서울과 지방의 상당수 대학병원과 국립암센터 등도 암센터를 확충하고 암 환자를 모셔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에도 500병상이 넘는 대형 암 전문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국내 암 진료기관 전체 규모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학병원마다 암센터를 확장하고 나서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암 환자로 등록되면 5년 동안 전체 진료비의 5%만 환자 본인이 내고, 95%는 건강보험이 부담한다. 암센터는 전체 매출액의 95%를 사실상 국가가 지급 보증해주는 덕분에 안정적인 경영 구조가 보장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암 진료의 '칼잡이 분수 효과' 때문이다. 의료 관련 마케팅 연구에 따르면, 의료소비자들은 암 수술과 심장 수술 두 가지를 잘 하는 종합병원의 전체적인 실력을 높게 쳐 주는 경향이 있다. 즉, 암을 잘 보는 병원에 다른 질환 환자도 많이 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의료계에는 '암센터가 1등이어야 병원이 1등'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막상 내로라하는 암센터에서 나오는 홍보자료나 소개 기사를 비교해 보면, 병원마다 큰 차이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대형 의료기관의 암 치료 의술과 시스템이 세계 톱 레벨까지 상향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암센터의 공통적인 경향은 한 종류의 암을 놓고 여러 진료과목이 '협진'을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암의 경우, 호흡기내과·흉부외과·영상의학과·혈액종양내과·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이 '폐암센터'에 모여서 한 명의 환자를 본다. 여러 진료과목 의료진의 견해를 종합해서 치료 방법과 순서를 정해서 시행하는 것이다. 협진은 환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여러 진료과를 빙빙 돌며 치료받는 불편과 고통을 덜어 준다. 이런 면과 함께, 협진은 병원 경영에도 도움을 준다. 협진하면 환자의 입원과 치료기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신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암센터로서는 신환이 중요하다. 새로운 환자를 많이 받아서 시술 케이스를 늘려야 병원의 진료 수준도 상승하고 명성도 높아진다. 또한, 급성기 치료를 끝내고 관리만 받는 구환보다 다양한 검사와 수술, 항암치료를 받는 신환이 병원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대형병원 암센터마다 신환의 초진 예약과 검사는 신속하게 이뤄지는데 비해 이후 입원과 수술 스케줄이 밀리는 데에는 암에 걸리면 일단 큰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의 패턴과 함께, 이러한 병원 내부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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