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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초반 돌풍…'빅뱅 전조' vs '찻잔 속 태풍' 팽팽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7-04-05 08:39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은행권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3일 출범한 케이뱅크는 이틀 째인 4일 오후 3시 현재, 가입자 수가 5만9002명을 기록했다. 이는 비대면 실명확인이 개시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6개 은행의 월평균 비대면 계좌개설 합산 건수인 1만2000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입자들이 만든 전체 수신계좌 수는 6만1501개이며 체크카드 발급 수는 5만3960장이었다. 또 대출 건수는 4123건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강세는 케이뱅크의 간편함과 상품 차별화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30분 만에 계좌 개설이 가능한 간편함에 고객들이 크게 호응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영업을 시작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의 판도 변화를 이끄는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초반 개점 효과에 따른 일시적 돌풍으로 예상과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케이뱅크 초반 선전은 편리성·가격경쟁력

케이뱅크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1년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바쁜 일과로 인해 은행 가기가 쉽지 않은 직장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편리성 때문에 케이뱅크는 출범 첫날부터 은행들이 모두 문을 닫은 밤에 더욱 강점을 드러냈다. 3일 오후 6시30분 기준, 총 고객수가 2만명이었으나 4일 오전 8시에는 고객수가 4만명으로 늘었다. 낮과 밤에 거의 동등한 숫자의 고객이 몰린 셈.

대출 역시 낮보다 밤에 더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케이뱅크가 구축한 인터넷뱅킹 시스템은 지문인식 휴대폰만 있으면 거의 모든 은행업무를 지문인증만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 또 대출받을 때 제출하는 재직증명서나 소득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도 필요 없다. 그저 대출자의 신용조회를 통해 10분이면 대출이 가능하다.


편리성보다 더 큰 인기 요인은 가격경쟁력이다. 케이뱅크는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절감한 비용으로 시중은행에 비해 낮은 대출이자, 높은 예금이자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케이뱅크 정기예금 금리는 시중은행 정기예금이 연 1%대 중반인 반면 최고 연 2%대이다. '뮤직K 정기예금'은 이자를 30일 단위로 받을 수 있고, 현금 대신 음원으로 받을 수도 있다. 반면 대출 이자는 시중은행보다 낮다. '직장인K 신용대출'의 최저금리가 연 2.73%로 주요 시중은행보다 1~2%포인트 낮다. 이번 달 빚을 잘 갚기만 하면 다음 달 대출금리가 연 1%포인트 내려가는 '슬림K 중금리대출'도 있다. 최저 연 4.19%까지 낮출 수 있어 저축은행이나 P2P 대출에 비해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케이뱅크는 첫날 폭발적인 가입자 수를 기록하며 기존 은행의 모바일뱅크를 상당히 앞섰다. 예컨대 케이뱅크는 출시 첫날 저녁 6시30분까지 2만명의 신규가입고객이 유입된 반면 시중은행의 주요 모바일 플랫폼 첫 날 가입고객은 5000명 내외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동안 국민은행(리브), 우리은행(위비) 등 주요 은행은 모두 모바일 플랫폼을 출시하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출범에 대비해 왔다. 만약 케이뱅크의 신규 고객 유입 속도가 현재와 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회원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130만여명(2017년 1월 기준)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첫날 선전으로 모바일뱅크 부문에서 머지않아 기존 은행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권 빅뱅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초반 돌풍은 '찻잔 속 태풍?

하지만 케이뱅크의 초반 인기 돌풍이 거세지만 판단을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그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리를 잡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은행들과 의미 있는 경쟁 관계가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대출영업을 늘려 시장점유를 높이고 수익도 창출해야한다는 것.

그러나 당장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 케이뱅크는 올해 대출목표로 4000억원을 설정했지만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기자본금 2500억원이 그동안의 설립과정에서 상당 부분 소진이 됐고, 증자가 필요하지만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법에 묶여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경쟁 상대인 시중은행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맞서 그동안 디지털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에 비대면 계좌개설은 이미 2015년 12월 시작했고 예금·적금 가입과 신용대출 등의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결국 시중은행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인터넷은행과의 차별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케이뱅크의 인기 돌풍이 지속되려면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입은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돌풍은 은행 문턱이 높아 불편함을 느꼈던 고객들이 몰리면서 생긴 '개업효과'일 수 있다"며 "돌풍이 지속되려면 개인 금융에서 가장 큰 시장인 주택담보대출에서 어떤 차별화를 보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2호 인터넷전문은행이 카카오뱅크의 출범은 호재가 될 수 있다. 웹과 모바일 기반인 케이뱅크와는 달리 카카오뱅크는 모바일만으로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상반기에 카카오뱅크까지 가세하게 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보다 더욱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이 다루지 않은 틈새시장을 더욱 적극 공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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