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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샐러리맨 신화' 이금기 회장의 일동후디스, 직원 사찰 논란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7-03-22 08:36


'제약업계 샐러리맨 신화' 이금기 회장이 이끄는 일동후디스에서 '직원 사찰 논란'이 불거져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에 회사 간부들의 비리 주장이 올라오자, 가입 직원들에게 회원 탈퇴를 종용하고 글 올린 직원 색출에 나섰다는 것. 이금기 회장이 '평사원으로 시작한 전설' 이라는 점에서 일동후디스의 이러한 논란은 씁쓸함을 남긴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또한 일동후디스는 최근 개인정보보호 조치 미흡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태료 2100만원 처분을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동제약 평사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CEO)까지 올랐던 이금기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때 일동후디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가 됐다. 일동제약그룹 계열사인 일동후디스는 분유와 이유식을 주력으로, 발효유, 커피 음료, 건강식품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일동제약은 창업주인 고 윤용구 회장의 아들인 윤원영 회장이 지배하고 있어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는 '한 지붕 두 가족'을 이루고 있다.

익명 게시판 앱 이용 직원 '사찰'에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도…

일동후디스의 직원 사찰 논란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희망퇴직'을 알린 블라인드 앱을 통해서 제기됐다. 2013년 12월 시작된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는 같은 회사, 업종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특히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익명으로 올리는 '신문고' 혹은 '내부 고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라인드 앱' 일동후디스 게시판에는 간부급 직원들의 비위 행위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됐다. 부장급 3명이 분유를 빼돌려 온라인에 판매해 횡령을 저질렀고 또 다른 부장급 인사는 인턴사원의 정직원 전환과 관련된 성추문에 휩싸였는데, 이들 중 퇴사조치가 이뤄진 이는 성추문에 연루된 1명 뿐이라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회사 측에서 이 앱 가입자들에 대해 탈퇴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잇달아 나오면서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블라인드 앱 가입을 위해서 실제 직원임을 인증하기 위해 회사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를 근거로 가입직원들을 '색출', 탈퇴를 종용했다는 것. '평소 평직원들을 아끼던 이금기 회장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블라인드 앱과 관련된 소문은 모두 다 오해"라면서, "회사에서는 오히려 그룹웨어를 통해 직원들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게시판을 운영, 직원들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인사팀의 호출을 통해 탈퇴 압력을 받은 직원들이 여럿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블라인드의 일동후디스 게시판은 지난해 "사측이 직원 1인당 10건의 할당량을 지정하고, 가정용 우유배달 1년 이상 계약 영업을 압박했다"는 내용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일동후디스 측은 '강제성 없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직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동후디스는 지난 1월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태료 2100만원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동후디스 측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소비자 정보 취급 업무와 일반 업무가 분리되지 않아 그에 대한 시정조치가 요구됐고, 3월 중 분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일동후디스의 경우 개인정보 수집 고지 위반으로 600만원, 접근통제에 관한 기술적 보호조치 미비로 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시스템 망 분리 문제 외에 소비자 정보와 관련된 문제는 없다"는 일동후디스 측의 주장과는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과 갈등설까지…

이금기 회장은 지난 1960년 일동제약 입사 후, 지난 2010년 CEO 재임 26년 만에 물러난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다. 이러한 이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종합식품회사로 키우는 회사가 일동후디스다. 이 회장은 일동후디스의 실질적인 오너이기도 하다.

일동제약은 1996년 남양산업을 그룹에 편입시켜 일동후디스로 사명을 바꿨다. 일동후디스는 1998년 외환위기때 직원들의 '퇴직금 출자' 형태로 위기를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지분을 대거 보유하게 됐다. 이 회장은 2004년만 해도 7% 수준이었던 일동후디스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반면 48%에 이르던 일동제약 지분은 20%대로 떨어졌다. 현재 일동후디스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이 회장 21.47%, 부인 전용자씨 8.89%, 아들 이준수 일동후디스 사장 6.70%, 조카 이돈수 일동후디스 부회장 5.78% 등 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은 42.84%에 달한다. 이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과거 일동후디스의 이직률이 낮았던 이유에 대해 "능력 있는 사람이 대우받고 공평하게 분배하는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장은 평사원들에게 "앞으로 여러분이 회사에서 생겨날 부서의 임원과 부서장이 될 것이니 항상 꿈을 가지고 일하라"고 늘 격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터져 나온 '배달 할당' 논란이나 '직원 사찰' 논란은 이러한 이금기 회장의 경영 철학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특히 지난 2012년 산양분유 세슘 논란을 딛고 2015년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 재도약을 꿈꾸는 일동후디스에 직원 사찰 논란 등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금기 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일동후디스가 현재 직원들을 과연 존중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더욱이 오는 24일 일동제약 주총 후 일동후디스의 주식시장 상장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어서, 회사 이미지와 관련해 상당히 뼈아픈 측면이 있다. 특히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일동후디스 강제 상장 논란'으로 윤원영 회장과 이금기 회장간 갈등설도 있는 만큼, 회사를 둘러싼 잡음과 의혹들은 부담스런 면이 적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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