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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간 달려온 롯데 수사, 신격호·동빈·동주 일괄 불구속 기소로 종료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6-10-20 08:39


4개월간 계속되어온 롯데 경영 비리에 대한 수사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19일 오후 2시 30분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상 수사를 끝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그룹을 이끄는 신 회장은 500억원대 횡령 등 모두 17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형인 신 전 부회장에게 400억원대,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세 번째 부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 등에게 100억원대 등 총 500억원대 부당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신 회장은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도 받는다.

부친인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액면가에 서미경씨와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서씨와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780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배임 혐의도 있다.

검찰이 신동주 전 부회장도 400억원대 부당 급여 수령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해 롯데 총수 일가 5명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앞서 서씨와 신 이사장을 각각 탈세와 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처럼 대기업 오너가(家)에서 동시에 많은 인원이 재판을 받게 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검찰이 롯데 총수 일가를 일괄 기소하기로 하면서 검찰과 롯데 측의 유·무죄 다툼은 이제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양측은 그간 횡령과 배임 등 핵심 혐의를 두고 팽팽히 맞서왔던 만큼 법정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이 예상된다.

특히 신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뻗어 가지 못해 자존심을 구긴 검찰은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겠다며 벼르고 있다. 이를 위해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의 조재빈 부장검사가 직접 공소유지를 맡고, 중견급 검사 3명도 함께 투입된다.

이에 맞선 신 회장의 변호는 검찰의 대대적 공세를 방어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가 그대로 맡는다. 변호인 구성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면밀히 살핀 뒤 '맞춤형' 전문가로 꾸린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 측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 대부분은 신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일본에 머무르며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서미경씨가 거액의 탈세 재판을 받으러 한국 법정에 출석할지도 관심사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강제입국 절차를 밟는 등 전방위로 서씨를 압박하고 있고, 본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서씨가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씨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12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6월10일 그룹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10여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5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수사 초기 기대나 전망과 달리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제2롯데월드 인허가 등 일부 핵심 의혹 수사에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재계 서열 5위 그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계열사 경영진 구속영장의 잇따른 기각과 그룹내 2인자격인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의 자살 사태는 번번이 수사팀의 발목을 잡았다.

급기야 장고 끝에 청구한 신 회장 구속영장마저 기각되자 무리한 수사 내지 '먼지털기식'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고, 서울중앙지검 최정예 수사인력을 대거 투입한 수사가 사실상 좌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를 통해 롯데그룹의 전근대적 경영 방식과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복잡하게 얽힌 그룹 지분구조 등이 드러나면서 지배구조를 쇄신하고 거듭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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