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키 성장을 위해 부모가 안달하는 시즌이 닥쳤다. 다음달 여름방학을 앞두고 스포츠센터와 성장클리닉 등에는 아이의 키를 키워주려는 부모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키를 자라게 해 준다는 건강기능식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키는 기본적으로 유전적 요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환경이나 습관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유전적 예상 키를 뛰어넘어 자라게 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을 채현욱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조언으로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한편, '어릴 때는 무조건 많이 먹어야 한다', '아이의 살은 나중에 키로 간다' 등의 속설은 100% 잘못이다.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는데, 성조숙증이 생기면 키가 자라는 성장 기간이 짧아진다. 밥·면·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비만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적정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성장에 도움을 주려고 각종 영양제를 사 먹이기도 하는데, 어린이용 종합비타민 정도면 충분하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성장판이 빨리 닫힐 수 있으므로, 비타민D가 포함된 종합영양제가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다.
수면 습관
운동 습관
운동과 키 성장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키가 정비례해서 크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동할 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은 사실이다. 스트레칭이나 줄넘기·농구 등 점프 운동이 성장판을 자극해서 '키 크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칭은 근육을 수축, 이완시키면서 성장점을 자극한다. 성장 전문의들이 가장 권하는 운동은 '줄넘기'다. 줄넘기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적고, 뼈에 자극이 갈 수 있는 유산소운동으로 추천된다. 줄넘기, 농구, 배구 등 점프 운동을 하다가 성장판이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는데, 쿠션이 충분한 운동화를 신기면 아이가 운동 때문에 성장판을 다치는 일은 거의 없으므로 안심해도 된다. 영국 축구스타 베컴의 셋째 아들 크루즈가 키가 작아 고민하다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폭풍 성장'했다는 국내 방송 프로그램이 지난해 나간 뒤, 태권도가 키 크는 운동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으므로 특정한 운동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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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치료, 어떤 것들이 있나?
자녀의 키에 대해 욕심이 많은 부모는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는 누구에게나 유효하지는 않다. '병적으로' 성장호르몬이 결핍된 아동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그 외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먼저 치료가 꼭 필요한 상태인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세계적 축구클럽인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축구 신동이던 메시를 성장호르몬 결핍 치료 지원 조건으로 영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메시는 11세 때 키가 '비정상정으로' 작은 1m30에 불과했다.
한편, 성조숙증 아동에게는 한 달에 한 번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춰 2차 성징 발현을 늦추는 치료를 한다. 여자 아이는 만 8세 이전, 남자 아이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또래 아이들보다 먼저 키가 크기 시작하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때문에 최종 키는 오히려 작아진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모두 성장판이 열려있을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성조숙증이나 성장호르몬 결핍이 의심되면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런 치료를 해 주는 성장클리닉이나 키 성장에 특화한 한의원이 많은데, 일부는 과장 섞인 홍보를 하는 곳도 있다. '몇 ㎝ 성장을 보장한다' '성장판이 닫혔어도 키를 키워 준다'는 식의 홍보가 대표적이다. 건강보조식품이나 의약품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채현욱 교수는 "아직까지 키 성장 효과가 증명돼서 판매 승인을 받은 '먹는 약'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