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대형마트 킴스클럽을 매각한다. 그동안 인수·합병(M&A) 공룡으로 불리며 기업 인수에서 빠지지 않았던 이랜드그룹이 이번엔 그룹 내 알짜배기 사업부문인 킴스클럽을 매물로 내놓았다. 킴스클럽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중인 사업부문에서 연매출 1조원 규모로 흑자 운영되고 있다. 킴스클럽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중견 마트로서 자리를 잘 지켜왔다. 그러나 이랜드리테일은 글로벌 유통사업과 SPA 브랜드 확장에 주력하기 위해 킴스클럽 매각을 결정했다. 이랜드그룹은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킴스클럽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알짜배기인 킴스클럽을 누가 품을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대형마트 3사 사이에서도 나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킴스클럽을 매각하는 배경은 그룹의 체질과 관련이 있다. 패션이 출발점인 이랜드그룹은 식품 전문 할인매장인 킴스클럽이 그룹의 정체성인 종합패션유통사업자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이랜드그룹은 2008년 홈에버를 홈플러스에, 2011년 킴스클럽마트를 이마트에 각각 매각한 바 있다. 모두 이랜드그룹의 비핵심사업 부문이라 할 수 있는 종합유통 부문이었다.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킴스클럽을 매각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이다.
또한 패션과 아울렛 유통 사업이 핵심인 이랜드그룹은 킴스클럽을 털어내고 글로벌 성장 전략과 SPA 브랜드 확장을 가속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랜드그룹의 SPA브랜드 '스파오'는 몇년 동안 덩치를 키우며 지난해 매출 1700억을 올렸지만, 매출 8954억원을 기록한 일본의 유니클로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성적표다. 게다가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신성통상의 '탑텐' 등 국내 SPA 브랜드 간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최근 탑텐은 국내 SPA 브랜드 중 처음으로 매장 100호점을 돌파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에 스파오 역시 브랜드 확장을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랜드그룹은 M&A 때마다 매번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기업 사들이기에 관심이 컸다. 심지어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구단 인수 때에도 거론됐다. 그러나 M&A 이후 무거워진 몸집과 불어난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이랜드그룹은 2010년 라리오·벨페·피터스콧·만다리나덕·코치넬레·K-SWISS 등 해외 브랜드를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이랜드파크의 호텔과 리조트 인수 등에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새로 인수한 브랜드들이 마땅한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기준 킴스클럽을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리테일의 순차입금은 1조2479억원이고, 부채비율은 191.1%이다. 이랜드그룹의 지주사격인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340%, 그룹전체의 부채비율은 370% 수준이다. 또한 이랜드월드가 2019년까지 갚아야할 차입금이 2조4328억원에 달한다. 이에 이랜드그룹은 지속적인 재무개선 작업을 통해 그룹의 부채비율을 2016년까지 250%, 2017년까지 20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 첫번째 작업이 바로 킴스클럽 매각이다. 매각에 성공하면 안정적인 자금 확보로 그룹의 재무구조가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그룹은 킴스클럽마트의 전신인 해태유통을 2006년 636억5000만원에 인수해 2011년 이마트에 2300억원에 매각해, 쏠쏠한 재미를 본 경험도 있다. 이번 킴스클럽 매각에서도 기대하는 부분이다. 킴스클럽을 분할하지 않고 일괄 매각하는 방침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일괄매각이라 인수가격에 부담이 있지만, 벌써부터 킴스클럽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다.
특히 대형마트 3사는 신규 출점 제한에 걸리면서 새로운 매장 오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킴스클럽을 인수하면 한번에 37개의 신규 점포가 생기는 셈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프리미엄이다. 이에 현대백화점과 오리온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리온은 홈플러스 매각 당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대형마트가 없는 유통사인 현대백화점에게도 킴스클럽은 아주 매력적인 매물일 수밖에 없다. 다만,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최근 홈플러스를 분할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킴스클럽 매각에 큰 변수가 될 듯하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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