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벼랑 끝에 선 백화점, '변신은 무죄'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5-11-03 09:22


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 상황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백화점이다. 아무래도 소비자는 얇아지는 지갑에 백화점보다는 아울렛, 대형마트, 홈쇼핑, 온라인쇼핑몰 등을 찾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들만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통큰 소비로 겨우 백화점 체면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그렇다고 백화점들이 온라인·모바일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들을 넋 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법. 유통업계의 맏형인 백화점들이 겉으론 크게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안으로는 재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과거 리모델링 같은 화려한 외형 변화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다가가는 전략으로 탈바꿈 중이다.

단순 쇼핑은 그만! 체험하는 곳이 백화점

백화점을 이제는 쇼핑하는 곳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진화한 소비자들은 온라인·모바일, 해외직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쇼핑하고 있다. 심지어 백화점에서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확인한 후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온라인쇼핑몰에서 더 싼 가격에 결제한다.

이런 이유로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제품을 체험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체험이 곧 구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고객 체험형 매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상당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체험형 매장은 노스페이스 '아동 클라이밍' 매장, 언더아머 '체험존', 제빵 브랜드 '브레드가든' 등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노스페이스 아동 클라이밍 매장은 국내 백화점 최초의 아동 전용 클라이밍 매장이다. 부모가 쇼핑하는 동안 아이들은 8m 벽면을 오르며 클라이밍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 클라이임 강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대기하고 있다. 노스페이스는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의 개성을 살리면서 잠재적인 고객 확보라는 측면에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현장 반응도 뜨거워, 현대백화점은 문화센터에 클라이밍 강좌를 개설해 백화점 고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언더아머는 컴프레션 의상을 착용하고 운동 동작을 시연할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 중이다. 체험존에서는 윗몸일으키기, TRX(운동기구)를 이용한 스트레칭 등 간단한 운동 자세를 배우며, 교정 받을 수 있다. 언더아머 측은 브랜드의 전문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차별화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홈베이킹 전문숍 브레드가든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쿠킹 클래스를 진행한다. 주 2~3회 매장에서 베이킹 전문가가 직접 고객에게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베이킹 관련 노하우를 전수한다. 베이킹 클래스 후에는 홈베이킹 재료, 장식 재료, 첨가물, 포장 소품 등 다양한 홈베이킹 제품을 판매한다.


이 외에도 가죽공방 '토글', 뜨개질 체험을 할 수 있는 '플레이울', 여행 에세이를 읽다 바로 여행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모두투어의 '트래블갤러리', 3D안경을 쓰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삼성전자의 'IT갤러리' 등이 있다.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거 백화점에 다 있다!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찾는 건 언제부턴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지하 식품관부터 1층 명품·뷰티, 여성의류, 스포츠 등 백화점 곳곳에 팝업스토어가 자리하고 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란 백화점들이 특정 공간에서 짧은 기간 한정된 상품만을 전시, 판매하는 새로운 판매 형태다. 특정 매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트렌드를 선보일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주로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를 단기간에 홍보하고 판매의 효과를 올릴 수 있어, 신제품을 런칭할 때 주로 팝업스토어를 이용한다.

그런데 최근 팝업스토어는 SNS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과 식품 브랜드 등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익숙한 브랜드를 통해 온라인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부산의 명물 삼진어묵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60년 전통의 삼진어묵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브랜드로 롯데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서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워낙 높은 인기에 지금은 팝업스토어가 아니라 지난 5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노원점 등에 정식 매장으로 입점해 롯데백화점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AK플라자 분당점은 유명 맛집 디저트를 델리존에 유치하기 위해 SNS에 입소문 난 베이커리와 디저트숍을 일주일에 2~3회씩 직접 방문하는 등의 시장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맛집을 찾으면 바로 팝업스토어를 통해 선보여 소비자 평가를 받는다. 지난 1년 동안 펭귄마카롱, 몽슈슈, 호놀룰루쿠키, 코쿤 등을 시즌별로 팝업스토어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이들 모두 연일 매진되는 등의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중 10초에 1개 판매된다는 치즈케이크 르타오는 정식 매장으로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처음 팝업스토어로 오픈한 '프랑스에다녀온붕어빵'은 특별한 붕어빵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월매출 2억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홍대 앞에서 인기를 끌던 '프랑스에다녀온붕어빵'은 이후 대박 행진을 하며 현대백화점 목동점, 부산, 대구, 울산점 등 전국 곳곳에 입점을 했다.

온라인 패션몰들은 백화점 팝업스토어의 단골 고객이다. 이미 스타일난다, 난닝구, 조군샵, 원더플레이스 등은 백화점에서도 인정한 잘 나가는 패션 브랜드다. 기존 유명 브랜드들이 매출 하락을 겪는 중에도 온라인 브랜드들은 온라인이 아닌 팝업스토어에서도 높은 매출을 자랑한다. 심지어 스타일난다는 일본 최대 백화점인 신주쿠 이세탄 본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백화점이 간편 결제서비스까지…

그동안 백화점은 전통적인 결제 수단인 현금, 신용카드, 백화점카드, 백화점상품권 등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특히 백화점들은 백화점카드로 결제할 경우 무이자 할부,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주면서 장기적인 백화점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백화점들이 모바일 결제 시장이 커지는 것을 확인하고, 잇따라 간편결제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고객 편의를 앞세우고 있다.

지난 7월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중 제일 먼저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세계의 SSG페이는 백화점은 물론 신세계그룹의 유통 채널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 온라인몰 SSG닷컴 등 2800여개의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H 월렛'을 출시했다.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유통업체 중에서는 두 번째 간편 결제 서비스다. H월렛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내역 확인, 마일리지 적립, 할인쿠폰 적용 등 기존 현대백화점카드의 기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지점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 현대백화점 온라인 문화센터, e슈퍼마켓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향후 H월렛에 주차비 자동정산, 전자 영수증 등 고객 편의를 위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결제할 때는 스마트폰을 결제 패드에 터치하거나, 앱을 켜고 표시된 바코드를 찍으면 된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 9월부터 '엘페이(L.pay)'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엘페이는 스마트폰에 엘페이 앱을 설치한 뒤, 사용하는 신용카드나 계좌를 등록하면 된다. 계산할 때 앱 실행화면에 뜨는 바코드를 계산대에 제시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최초 등록한 신용카드로 청구되거나 입력해 놓은 계좌에서 자동으로 인출된다. 또한 엘페이로 엘포인트(롯데포인트)를 자동으로 적립하고, 적립된 엘포인트로 결제할 수도 있다.

백화점들의 간편 결제서비스는 고객 편의를 위한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결제서비스 시장에도 뛰어드는 것이라, 백화점 입장에선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SSG페이를 간편결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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