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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헬스칼럼] 슬로우푸드를 이용해 천천히 먹어라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5-10-02 10:50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식사습관이 바로 식사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다이어트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의외로 쉬워 보이는데 실천하기 힘든 훈련법이 바로 천천히 꼭꼭 씹기이다. 그래서 필자는 천천히 꼭꼭 씹기 훈련을 초기에는 반드시 강행하도록 교육한다. 심지어 진료실에서 5분간 꼭꼭 씹기를 훈련시키는 경우도 있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의 식사시간은 대개 10분을 넘지 못한다. 그만큼 빨리 식사를 마친다. 이때 유의할 것이 '빨리' 먹는 것이 '적게'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1인분을 그냥 빨리 먹는 것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식사모습이다.

이렇게 빨리 식사를 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폭식을 즐기는 욕구 때문이다. 식사시간이 20분 이상 길어지면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호르몬이 나와 음식 먹기가 불쾌해지기 때문에 렙틴이 분비되기 전에 재빨리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자주 실패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 거의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는 습관은 비만과 직결된다. 꼭꼭 씹으면 음식을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고 식욕억제호르몬 렙틴이 활동할 충분한 여유도 만들어진다. 꼭꼭 씹기만 해도 총 음식 섭취량은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빨리 먹기 자체가 미각중독의 즉각성을 강화시켜 더욱 악화시키는 주범이므로 반드시 천천히 먹기를 훈련해야 한다. 필자는 천천히 먹기의 중요한 원칙인 30번씹기의 도구로 슬로우푸드를 권한다.

우리의 입맛은 몇 번 씹지 않고도 부드럽게 삼킬 수 있는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있다. 잘 넘어가는 음식은 빨리, 많이 먹고자 하는 욕망에 잘 들어맞는 음식이다. 특히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음식은 입맛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입맛이 조급해지면 과식과 폭식이 뒤따른다.

스트레스가 있을 때는 입맛 조급증이 맞물려 더 부드러운 음식에 탐닉하도록 우리를 부추긴다. 반면 질기고 다소 딱딱하며 거친 음식은 입맛의 인내력을 길러준다. 각종 채소, 배아가 살아 있는 곡류, 통째 먹는 과일 등은 오래 씹어야 한다.


처음에는 짜증도 나고 못마땅하겠지만 천천히 먹기 습관이 몸에 배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음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미잡곡밥은 서른 번 이상 씹어도 더 씹을 거리가 남는다. 사람들이 꺼리는 음식 가운데 하나인 생양배추도 스무 번 이상 천천히 씹으면 말할 수 없이 신선하고 달콤한 천연 감미를 느낄 수 있다.

슬로우푸드가 주는 포만감은 착한 포만감이다. 위를 100% 꽉 채운 포만감이더라도 허용되는 채소와 과일을 통한 만족감 충족이다.

과일과 채소 등의 슬로우푸드는 충분한 포만감을 제공하지만 칼로리가 적어 비만의 위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각의 균형을 맞추어 입맛의 통제력을 해치지 않는다. 채소와 과일 속의 수분은 목마름을 이기는 배고픔의 유혹을 통제하는 적절한 완충작용까지 제공한다.

더불어 섬유질 중심의 슬로우푸드는 덜 가공되고 당화혈색소(장기간 동안 혈중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혈색소의 한 형태)가 혈당의 수직변동으로 인한 폭식위험을 방지한다.

혈당지수(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을 올리는 정도)가 낮은 음식은 식후에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되지 않도록 억제해 다음 식사까지의 공복감을 덜어주고,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지 않도록 막는다.

반대로 동물성 지방이나 혈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인스턴트푸드는 다음 식사 전의 배고픔을 강화시키고 탄수화물의 지방화를 촉진한다.

물론 포만감 자체는 전혀 나쁘지 않다. 다만 포만감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미각중독의 덫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

성공적인 미각중독 탈출을 위해서는 포만감을 현명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공복감 추구는 박탈감과 심리적 불안감을 강화시킨다. 공복감이 지나치면 체내호르몬의 작용마저 교란된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는 적절한 포만감과 공복감의 주기적 변동아래 그렐린과 렙틴이 협동하여 균형을 유지한다. 이것의 교란은 결국에는 폭식과 과식의 도래다.

그렐린과 렙틴의 무게중심을 균형 잡아주고 폭식과 과식의 준동을 막아줄 대안이 바로 슬로우푸드다. 글·박민수 서울ND의원 원장(가정의학전문의/의학박사/대한비만체형학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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