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
추가 구조조정 소문에 분위기 '싸늘'
국내 대형 조선업체 3사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치면서 사상 처음으로 동반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을 전망이다. 이들 빅3의 적자 예상액만 총 6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3조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471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적자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는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000억원과 15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악화는 크게 글로벌 경기 위축과 해양플랜트 사업 실패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플랜트란 바다에 매장되어 있는 석유, 가스와 같은 해양 자원들을 발굴·시추·생산하기 위한 장비와 설비를 포함한 것을 의미한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수년 전만 해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건조경험 부족 등으로 인한 공기 지연과 설계 변경에 따른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을 거쳤다. 임원수의 31%를 감축한 데 이어 올 초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해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또한 4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하면서 임원진 물갈이도 했다.
그런데 이같은 구조조정이 또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다. 회사측은 공개적으로는 감원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여름휴가가 끝난 뒤 하반기에는 사업 축소 등으로 인력을 조정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을 내놓고 있다. 경영진과 직원들간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직원들이 7월 급여를 못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관련 배관 및 도장 협력업체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이 입은 막대한 손실이 결국 하청업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파 같은' 비리 사건에 직원들 "어이없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22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해군 214급(1800t·KSS-Ⅱ) 잠수함 인수평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지난 2월과 4월에 이은 3번째 압수수색이다.
합수단은 2006~2009년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14급 잠수함의 납품 편의를 봐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구속 재판 중인 임모 전 해군 대령(56)과 성모 전 공군 소령(44)에 대해 부실심사 대가로 전역 후 현대중공업에 재취업한 혐의(부정 처사후 수뢰)를 더해 추가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임 전 대령과 성 전 소령은 각각 214급 잠수함 인수평가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현대중공업 측의 요청에 따라 214급 잠수함 3척의 연료전지 결함을 묵인하고 군위성통신체계 납품 기한을 연기해주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한 대가로 이들은 현대중공업 임원에게 전역 후 재취업을 약속받기까지 했다.
두 사람의 협조로 현대중공업은 연료전지 대금 306억원 등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 그만큼 거액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214급 잠수함 3척 인수가 마무리된 뒤 임씨는 2010년 3월28일 전역하고 다음날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취업했다. 성씨는 또한 전역 후 2010년 7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합수단은 현대중공업이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과 자문료 등은 잠수함 사업 편의를 봐 준 대가로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비리가 터지자 직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윤리 강조하더니…", "무슨 양파도 아니고 까도 까도 나온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등의 불만 글이 이어졌다.
이처럼 온갖 악재가 쏟아지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면서 결국에는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준 전 회장이 나서서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현대중공업의 불을 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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