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번 주에 가부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임에 따라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은 삼성물산이 우호 관계에 있는 KCC에 넘긴 자사주 899만주(5.76%)의 의결권이 내달 17일 주주총회에서 행사되지 못하게 막아달라는 요구다.
엘리엇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삼성물산 경영진이 우호 세력인 KCC에 자사주를 넘김으로써 자신들의 의결권이 부당하게 희석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엘리엇은 상법 등에 자사주 처분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는 가운데 법원은 과거 유사 사건에서 엇갈린 판결을 내린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엘리엇이 승소하게 될 경우 KCC에 넘어간 5.76%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 엘리엇은 단숨에 판세 역전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재계와 금융권은 삼성물산이 이번 가처분 사건에서 이겨도 내달 주총까지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게 이유다.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통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재계는 SK C&C와 SK간 합병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은 기업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과 함께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되는 일성신약도 삼성물산 합병에 반기를 들 분위기다.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엘리엇과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국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털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 2.2%를 확보한 것도 삼성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소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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