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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 장난 아니죠" 야해지는 '19금' 홈쇼핑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5-06-08 09:19


"저 (가슴)볼륨 장난 아니죠."

"같은 여자인데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야동(야한 동영상)이나 야설(야한 소설)에 등장하는 문장이 아니다. 국내 주요 유통 업태(業態)로 성장한 TV홈쇼핑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이다.

최근 홈쇼핑업체들의 여성 속옷 방송에서 선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방송 초기에는 속옷만 입은 여성 모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서 제품을 선보였고, 카메라는 특정 부분을 클로즈업 해 선정적이라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이후 2000년에 들어서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계도와 업체들의 경비 절감, 자정 노력 등의 이유로 속옷 모델들은 방송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여성 모델들이 사라진 자리를 홈쇼핑 쇼호스트들이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야해지는 홈쇼핑…'19금' 영화에 버금?

주부 김모씨(44)는 "가족들과 TV를 보던 중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 방송을 잠시 보게 됐는데, 출연진들이 듣기 민망할 정도의 멘트들을 해 급히 다른 채널로 돌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기자가 약 1주간에 걸쳐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등 6개 홈쇼핑의 속옷방송을 모니터링 해봤다.


홈쇼핑업체 쇼호스트들의 멘트는 성인영화에 버금갈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대부분의 방송에서 '극강의 섹시', '깊은 (가슴)골이 생겼어요' 등의 멘트는 공통적으로 사용될 정도다.

A홈쇼핑의 한 쇼호스트는 외국 브랜드 속옷을 소개하면서 "나이가 드니 윗가슴이 꺼져요…저 볼륨 장난 아니죠. (카메라)클로즈업되는 것 보고 깜짝 놀랐어요…(손으로 양쪽 가슴을 만지며)여기가 아니고 윗가슴이 두둑해야 되요" 등의 안내 말을 했다.

다른 브랜드를 방송한 B홈쇼핑의 쇼호스트도 "벗고 보여드릴 수도 없고…위에서 내려다보면 진짜 내 가슴 맞나 할 정도…(옆에 있는 다른 여성 쇼호스트를 가리키며)가슴 저렇게 나오는 건 처음 봐요"라는 다소 선정적인 소개 멘트를 했다.

나머지 홈쇼핑 방송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슴모양을 한컵반 키워드릴게요", "극강의 섹시, 엉덩이에 가슴골보다 더 섹시한 깊은 힙골을 만들어 드려요", "여름밤 여자의 화장은 얼굴이 아니라 몸에 하는 겁니다" 등의 자극적인 멘트가 흘러나왔다.

뿐만 아니라 쇼호스트들의 과장된 의상과 행동도 눈에 띄었다. 등 부분이 훤히 드러난 의상과 속이 비치는 옷을 입는 것은 기본이었다. 쇼호스트들은 판매중인 속옷을 실제 착용했다면서 상의를 걷어 올리거나 가슴 부분으로 브래지어 패드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볼륨감을 강조하겠다며 자신의 가슴을 만져 보이기까지 했다.

홈쇼핑업체 "대본없이 방송하다 보니…"

사실 홈쇼핑업체들은 '15세' 등의 연령제한 자막 표시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시청 연령 표시는 예능·오락·교양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지만, TV홈쇼핑 방송의 경우 광고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재 TV 방송광고에서 별도의 연령제한 자막이 없는 것과 같은 셈이다.

일부에서는 TV홈쇼핑 방송에도 연령 제한을 도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난색을 표한다. 방심위 관계자는 "홈쇼핑 방송은 광고로 분류돼 모든 연령 시청가능이다"며 "오히려 연령제한 등급제를 업체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만일 '15세'나 '19세' 등급을 도입하게 되면 홈쇼핑업체들은 더 선정적인 방송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해당 사항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과거와 달리 업체 수는 증가한 반면 인력은 한계가 있다"며 적발에 대한 어려움을 표했다.

홈쇼핑업체 한 관계자는 "세부적인 대본 없이 방송하다 보니 쇼호스트들이 선정적인 멘트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며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자체적으로 방송 심의팀을 통해 사전 점검, 방송 실시간 모니터링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가족 시청시간대에는 속옷 방송을 아예 안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다소 불편하게 보일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면 사과드리며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속옷의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업계에서는 전체 시장의 20~25%를 홈쇼핑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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