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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 제품 검증 부실로 짝퉁 범람?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4-08-18 10:46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의 병행수입이 늘고 있는 가운데 가짜 상품(짝퉁)이 넘쳐나면서 소비자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쇼핑몰이 저가를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구매자들은 마감이 부실하다는 등 정품을 의심하는 글을 상당히 많이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병행수입 활성화로 짝퉁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병행수입 제품 검증 부실로 짝퉁 범람?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병행수입을 장려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2012년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도입 후 병행수입은 꾸준히 늘고 있고, 실제로 수입물품에 대한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는 중이다. 지난 7월엔 관세청이 '병행수입물품 통관표지'를 붙일 수 있는 병행수입물품을 275개에서 섬유유연제·방향제·캠핑용그릴·등산배낭·자동차엔진오일·자동차캐리어 등의 생활용품들 320개를 추가한 595개 상표로 대폭 늘렸다. 소비자들 역시 비싸게 구입했던 수입물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리게 됐다.

그러나 병행수입이란 가면을 쓴 가짜 상품들이 생겨나고 있어 소비자 피해는 물론 병행수입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병행수입은 국내에 수입되는 해외 브랜드 상품을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제3자가 다른 경로로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1995년부터 병행수입이 법으로 허용됐지만, 최근 활성화 되고 있다. 병행수입 제품도 정식 수입사를 통하진 않았지만 정품인 상품이다. 다만 정식 수입사로부터 정품인증이나 애프터서비스(AS), 교환, 환불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셈이다.

이런 병행수입 바람을 타고 온라인쇼핑몰에서도 다양한 병행수입 상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쇼핑의 특성상 검증이 부실하다는 점을 이용해 병행수입을 가장한 일명 짝퉁 제품들의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나름의 검증 절차를 가지고 있는 대형 온라인 오픈마켓인 G마켓·옥션·인터파크·11번가 등과 소셜커머스인 티켓몬스터·쿠팡·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등도 짝퉁 병행수입업자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짝퉁 의심 상품으로 문의가 많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탐스와 뉴발란스, 어그 등의 신발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이 운동화들은 오픈마켓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템이자, 짝퉁업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들이다.


고가인 정품에 비해 온라인쇼핑몰에서 최저가를 내세워 젊은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병행수입 업자들은 각종 서류들을 공개해 정품이라고 강조하고, 댓글 조작으로 '구매 후 만족했다'는 등의 글을 남겨 다른 소비자들을 안심시킨다. 이런 장치들을 이용해 정식 병행수입 제품이라고 믿게 한 후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탐스 관계자는 "온라인 병행수입 업체에서 구매 후 정품이 맞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상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을 해도, 정식 숍에서 구매하지 않았을 경우 본사 정책에 따라 절대 알려줄 수 없다. 그러나 대체로 의심스러운 경우는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구매 후기엔 예전에 구입했던 정품 신발과 사이즈 차이가 있다거나, 바느질 마감이 부실하다는 등 정품인지 의심하는 글들이 상당히 많다. 심지어 판매자가 미국 정품이라고 주장했는데, 중국이나 홍콩 등지에서 배송한 경우도 있다. 짝퉁이라고 의심이 가는 정황들이다.

"TIPA, 보증서 발급하지만 소비자가 정품 여부 등 꼼꼼히 따져봐야"

병행수입을 장려하는 정부이지만, 병행수입 문화를 흐리는 짝퉁 제품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관세청은 올해 초 탐스 운동화 1만 켤레를 병행수입하려는 업자를 적발했다. 수입 과정에서 정품 인증 서류를 요구했지만 업자가 서류를 차일피일 계속 미루자, 결국 정식수입사인 탐스코리아에 관련 사항을 통지했고 상표권 및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현재 1심에서 패소한 병행수입업자는 항소를 한 상태다.

뉴발란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관세청, 특허청, 경찰서 등에서 짝퉁 의심 사례 접수를 받으면 진품과 대조 및 고유 시크릿 넘버로 확인해 법적 조치를 취했다. 뉴발란스는 온라인 마켓에서 짝퉁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직접 구매해 진품여부를 확인 후 본사인 이랜드 법무팀을 통해 법적 조치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공식적으로 인기가 많은 제품에 대해 국제범죄 수사대와 단속을 진행한다.

실제로 지난 3월엔 티켓몬스터에서 병행수입업자가 짝퉁 어그 부츠 13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적발됐다. 이 제품은 중국 광저우(廣州) 공장에서 제조돼 국내로 직접 배송된 상품으로 정식 병행수입인 것처럼 위장을 했다. 결국 문제의 상품을 판매한 티켓몬스터 상품기획자와 티켓몬스터까지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쿠팡·위메프 등도 '아루티 모공브러쉬', '키엘 수분크림 등 짝퉁 화장품을 판매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이렇게 병행수입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관세청이 지난 4월 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를 통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또한 전문업체를 통한 병행수입 물품의 AS 지원도 시작했다. TIPA 병행수입위원회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믿을 수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보증서'를 발행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증서에는 업체명과 상표, 품명 외에 해당 물품에 대한 AS 정보 등이 담겨있다. 소비자는 TIPA 병행수입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보증서 인증번호를 통해 구매물품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어, 위조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중고품 판매에도 보증서 활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TIPA를 통한 병행수입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긴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병행수입 최저가'라는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정품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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