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는 평균 시속이 60㎞정도이다. 이렇게 빠른 경주마를, 큰 규모의 경마공원에서 육안으로 하나하나 구별해 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아나운서들은 신기하게도 마필은 물론 기수까지도 명확하게 구별해 내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그 신비로운 능력의 비밀이 기수별 헬멧 색상과 개인별 복색에 있다.
기수복색은 마사회에서 미리 정해놓은 10가지 색상(빨강, 파랑, 노랑, 보라, 초록, 고동, 하양, 분홍, 검정, 하늘) 중 자신이 원하는 색상 3가지 이내로 선택한 후 국제규정 도안을 참고해서 기수 개인이 디자인한다. 타인이 사용했던 복색은 3년이 지나야 다시 사용할 수 있고, 이미 등록되어진 복색과 동일하거나 비슷할 경우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모자색상은 발주번호에 따라 1번 하양, 2번 노랑, 3번 빨강, 4번 검정, 5번 파랑, 6번 초록, 7번 고동, 8번 분홍, 9번 보라, 10번 하늘색, 11번 하얀 바탕에 하늘색 줄, 12번 노랑 바탕에 하늘색 줄, 13번 빨강 바탕에 하늘색 줄, 14번은 검정 바탕에 하늘색 줄 등이다.
복색과 헬멧 밖에 숨겨진 컬러의 비밀들
복색과 헬멧 외에도 색상으로 약속된 것들은 더 있다. 바로 경주마들 등번호판의 색상으로 해당 경주의 '격'과 '산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일반경주의 경우 국내산마 경주의 등번호판은 '황색'이며, 혼합경주는 '백색'으로 운용 중이다. 특별경주와·대상경주는 별도의 산지구분 없이 운용되는 데 특별경주는 공히 '청색'으로, 대상경주는 '적색'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면 오늘의 경주 책자를 보지 않고서도 관람 중인 경주의 격이나 산지도 알아낼 수 있겠다.
경주마 훈련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새벽조교 시에도 컬러의 비밀은 계속된다. 경마공원에는 매일 새벽 수 백마리의 경주마들이 조교를 시행하는 데, 이 때 기승자들은 미리 정한 색상의 헬멧을 착용한다. 조교사는 검정색, 조교보는 검정색에 하얀색 가로줄로 구별된다. 기수는 노랑색 헬멧을 착용하며, 주로조교가 가능한 조교승인의 경우엔 녹색 헬멧을 착용한다. 간혹 기수후보생들이 경주로 조교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 데 이때 기수후보생들은 빨강색 헬멧을 사용한다.
조교 시 사용되는 경주마들의 등번호판(재킹) 색상에도 차이가 있는데, 새벽조교에 참여하는 모든 경주마들은 기본적으로 빨강색 재킹을 착용하고, 그 중 금주에 출전이 예정된 마필들은 노랑색 재킹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도 특별-대상경주에 나서는 마필들은 파란색 재킹을 착용하도록 구분하고 있다. 한편 주행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신마들은 검정색 재킹을 착용하며, 서울과 부경의 오픈경주 시 시행 경마공원으로 원정 온 마필들에게는 흰색 재킹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