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초가을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떠난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2-08-28 14:50


강력한 태풍이 한여름의 더위도 몰고 떠났다. 이제 가을의 초입. 여름날의 여기된 기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가을맞이를 할 차례다. 이즈음 여행 테마로는 문학기행도 썩 잘 어울린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올 9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라는 테마를 선정했다.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전북 부안)',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경남 창원)',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 문학관(경기 양평)',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강원 정선)',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경북 칠곡)' 등 다섯 지역이 그곳이다.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격포 채석강<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전북 부안은 여행지로서의 요소를 고루 갖춘 보기 드문 나들이 코스다. 산과 바다를 함께 아우르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성한 음식, 그리고 빛나는 문화유산까지, 그야말로 보배로운 관광자원을 두루 지녔다. 특히 자연을 들여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 끝에 단정하게 자리 잡은 내소사, 울금바위를 뒤로하고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놀랍고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과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의 서정…. 전북 부안의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내소사<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여기에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발자취까지 남아 있으니 문학기행의 적지로도 통하는 이유다.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와 현실 비판적인 시를 넘나들며 평생 지사적으로 살다 간 석정의 삶과 예술을 찾아 이 가을 부안으로 떠나는 문학 기행은 몸과 마음이 흡족한 여정을 담보해준다.


부안 격포에서는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사진=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부안지역은 특히 백합조개, 바지락 등 싱싱하고 다양한 해물을 맛볼 수 있어 미식기행지로도 그만이다. 부안군청 문화관광과(063-580-4713)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북8길)
마산음악관 앞 조각공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고운 최치원이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오래도록 머물며 후학을 기른 문학의 고향이다. 이곳에 마산 문학의 흐름을 보여주는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 있다. 전시실은 결핵 문학, 민주 문학, 바다 문학 등 문학의 특징별로 나뉘었다. 이중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 국립마산병원)에 머무르던 작가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결핵 문학은 꽤나 독특하다. 결핵 계몽지 '요우'와 지금도 발행되는 '보건세계', 문학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을 발행할 만큼 많은 문인들이 그곳에 머물렀다. 문인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다.


마산음악관 외관
세계적인 조각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창원시립문신미술관과 마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창원시립마산박물관, 마산조각공원에 자리한 창원시립마산음악관도 볼거리다.


특히 '마창진(마산-창원-진해)' 또한 청정바닷가를 품어 미식거리가 풍성하다. 마산의 아귀찜, 통술 등은 여행의 묘미를 배가 시킨다. 창원시청 관광진흥과(055-225-3695)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 문학관(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소나기광장
'소나기'는 우리가 한번쯤 접했음직한 대표적 단편소설이다. 소년과 소녀가 주고받은 아련한 사랑은 가슴속에 순수한 사랑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그 감동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 양평의 소나기마을이다. 이곳에는 황순원 문학관을 비롯해 '소나기'에 등장하는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송아지 들판, 고백의 길 등을 조성해놓았다. 관람객은 산책을 하며 '소나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사춘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 특히 소나기 광장에서는 매일 세 차례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려 빗방울에 젖은 추억이 오래도록 남는다.


재현된 황순원의 서재
수도권의 대표적 나들이 코스인 경기도 양평은 그만큼 보고 즐길 거리도 많다. 두물머리, 세심원, 수종사, 정약용 생가 등 주변 연계관광코스가 즐비해 하루 발품이 아깝지 않다.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6)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몰운리)


몰운대 풍경
산과 계곡이 깊은 강원도 정선은 소리 한 가락, 시 한 수가 절로 흘러나오는 고장이다. 굽이굽이 계곡 길에는 문향이 소담스럽게 깃들어 있다. 정선 소금강의 몰운대에서 황동규는 '몰운대행'을 노래했고, 여러 문인들도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시로 옮겼다. 고목 한 그루와 시비가 있는 몰운대를 시작으로 '몰운대행'의 배경이 된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가을 산행 길로도 고즈넉하다. 또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되었으며, 김원일의 장편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 그리운 고향으로 그려졌다.


아우라지 나룻배
볼거리 풍성한 정선 읍내 구경도 흥미롭다. 아라리 촌에는 옛집과 함께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을 해학적으로 재구성한 조형물이 있다. 인심과 먹을거리 가득한 정선 장터도 놓치지 말자. 특히 정선에서는 이른바 웰빙 푸드를 접할 수 있다. 곤드레나물밥, 메밀전, 콧등치기국수, 산채정식 등 몸에 좋은 산골 음식을 곳곳에서 맛볼 수가 있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033-560-2363)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관수재
경북 칠곡에 자리한 구상문학관은 한국 시단의 거장 구상(1919~2004) 시인의 유품을 전시한 곳이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1953~1974년 칠곡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에 매진,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친교를 쌓는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왜관에 있는 그의 집에 함께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무렵 그린 그림이 'K씨의 가족'이다.


왜관상설시장
구상문학관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한 유품 300여 점이 전시되었고,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아름다운 가실성당, 한국전쟁의 포화를 느낄 수 있는 다부동 전적기념관, 기분 좋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가산산성 등도 칠곡의 명소다. 칠곡군청 새마을문화과(054-979-6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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