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에 무리수까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실형을 받은 뒤 집행유예 중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 '불도저식' 전횡이 도마에 올랐다. 계열사인 스포츠토토 박대호 대표를 적법한 절차 없이 대주주의 파워만으로 일방 해임 통보를 해 논란이 거세다.
검찰은 최근 구속된 김 모 부장으로부터 "임직원 급여로 빼돌린 돈 40여억원을 담 회장과 부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이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스포츠토토 비자금 조성 사건과 담 회장의 직접 연관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상황은 번지기 일보 직전이다.
자중해야 할 담 회장의 이상행보가 시작된 것은 지난 5월 25일이다. 측근 4명을 박 대표에게 보내 일방 해임 통보를 했다. 통보문에는 '5월 25일부로 스포츠토토 대표이사 박대호의 직위 해제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 이후 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적시돼 있었다. 오리온 측에서 내세우는 해임 이유는 두 가지다. 두 차례에 걸친 인사권 수용 거부, 최근의 불미스런 상황 조기 수습이다. 여기서 인사권 수용 거부란 3월 30일 열린 스포츠토토 이사회에서 담 회장이 자신의 심복으로 알려진 정선영 부사장을 박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로 선임하려 했던 것을 박 대표가 거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에 대해 "그것은 엄연히 이사회가 거부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 대표 해임 배경도 석연치 않지만, 그에 앞서 절차상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해임은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정이 있어야 한다. 대주주가 대표이사 해임 통보를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사외이사 제도 등 대한민국 상법을 무시한 처사다. 박 대표는 "대주주의 횡포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같다"며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스포츠토토의 관계자도 그룹의 행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오리온 그룹 관계자는 "이사회를 소집한 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해임을 결정할 것이다.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서둘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다는 의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오는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스포츠토토 본사에서 열릴 이사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