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담요처럼 허리를 둘러쌌던 두툼한 뱃살이 다시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두터운 겉옷 속에 숨겨뒀던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흔히 살을 빼고 몸매를 만드는 왕도로 '운동'을 꼽는다. 물론 운동은 생체나이를 줄여주는 단 하나의 '묘약'이다.
두툼해진 뱃살을 가볍게 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뱃살과 함께 '동안'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얻는다면 이를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리한 운동은 뱃살만 빼는 게 아니라 얼굴 살까지 앗아가 버린다.
복근을 얻는 대신 동안을 잃게 되는 것은 얼굴과 복부의 지방세포가 서로 다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세포에는 세포의 축적에 관여하는 알파(α) 수용체와 베타(β)수용체가 있다. 알파 수용체는 지방 분해를 억제해 살을 찌우고, 베타 수용체는 반대로 지방 분해를 촉진해 살을 빼준다. 그런데 얼굴에는 베타 수용체가 상대적으로 많고, 배나 하체에는 알파 수용체가 더 많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면 신체 각 부위가 골고루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얼굴 먼저 야위고 뱃살은 맨 나중에 빠진다. 그 결과, 무리한 운동으로 단기간에 몸짱 대열에 올라선 이들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얼굴살이 몰라보게 야위게 된다.
갑자가 늘어난 운동량, 활성세포 때문에 세포가 늙는다
무리한 운동에 숨은 또 하나의 부작용은 세포 노화다. 활성산소는 운동 강도가 너무 세거나 시간이 너무 길어 자신에게 무리가 갈 때 체내에 발생한다. 또한 과격한 운동 후 정리운동 없이 갑자기 휴식을 취할 때도 많이 만들어진다.
활성산소는 평소 호흡을 통해서도 생기지만 적정량 보다 많으면 노화를 불러온다. 활성산소는 일반 산소에 비해 불안정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어 다른 세포와 결합하려는 힘이 강하다. 즉, 다른 세포와 결합해 세포를 산화시키며, 이것이 바로 세포노화다. 운동을 하는 동안은 우리 몸의 산소 요구량이 휴식기에 비해 10~20배 증가한다. 또한 활성운동 강도가 증가할수록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그 결과 활성산소도 그만큼 증가한다. 평생 운동만 해온 직업운동선수들이 누구보다도 건강할 것 같지만 의외로 빨리 늙는 것은 바로 이 활성산소의 영향이 크다.
신체운동만 하지 말고 얼굴 스트레칭도 해야
노안과 노화의 위험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지만 운동은 여전히 가장 좋은 건강유지 비결이다. 따라서 운동을 하면서 이런 복병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얼굴살이 지나치게 많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체 근육과 마찬가지로 안면 근육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얼굴 스트레칭이다. 눈을 크게 뜨거나 치켜뜨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얼굴을 찡그렸다 폈다 하는 식으로 얼굴 근육을 최대한 움직인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반복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활성산소 발생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본 운동이 끝난 후 10분 안팎으로 정리운동을 한다. 운동 후 간식으로 항산화성분이 풍부한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면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노화를 막을 수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도움말 : 훈성형외과 우동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