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글로벌 IT 전쟁터. 눈에 띄는 두 장수가 있다. 생산자 중심의 모바일 월드 개념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놓은 애플, 그리고 이젠 애플이 긴장하는 유일한 상대 삼성.
삼성 입장에서는 아쉽지 않다. 인지도와 파워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소비자 역시 삼성을 애플과 '맞짱' 뜰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
2007년 6월 애플이 아이폰 첫 모델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세상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덜 돼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아이폰 3GS는 지구촌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꿨다. 애플은 혁명가이자 선구자였다. 국내 전자업계 투톱이었던 삼성과 LG는 변화를 제때 인식하지 못하고 '뒷북'을 쳤다. 그로부터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삼성은 효과적이고 빠른 대응으로 애플을 추격했고, 일정 분야에선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24일은 이 회장 복귀 2주년이었다. 그 동안 이 회장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국 경기 침체와 유럽발 재정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2년 연속 매출 150조-영업이익 15조원을 돌파했다. 변화와 혁신을 동시 수행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도 끊임없이 확보하고 있다.
올해 신년 하례식에서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 신제품, 신기술에 있다"고 역설했다. 사람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인재만 있으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을 토대로 삼성은 스마트TV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이쯤되면 애플이 가져다 줬던 팽팽한 위기의식은 또 다른 도약의 디딤돌로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회장은 복귀 2년을 전후해 눈을 밖에서 안으로 돌리고 있다. 엄청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에 걸맞는 국민적 성원과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삼성의 현주소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형제들과의 상속분쟁을 겪고 있고, 이 과정에서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미행사건까지 터졌다. 삼성전자의 공정위 조사방해 건은 불난데 기름까지 부은 격이었다.
삼성 내부에서는 요즘 준법경영, 책임경영, 윤리경영이라는 말이 대세다. 월드클래스의 외형과 경쟁력은 갖췄다. 이제는 경영 수치와는 별도로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내실 다지기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회장이 최근 공정위 조사방해 건을 두고 진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