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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의 신영철 이사장(54)은 고용노동부에서 고용정책실장을 역임한 고위관료 출신.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그는 지난해 7월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공단을 새로 창립한다는 기치를 걸고 사회적 숙명에 부합하는 윤리·투명 경영으로 공단이 변화를 주도해 나갈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다짐은 사실상 '공염불'이 되고말았다. 올해 3월에는 반부패 청렴기관을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까지 마련해 시행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국민권익위윈회가 이달초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근로복지공단은 78개의 준정부기관 부문에서 71위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청렴도 측정은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를 합산해 도출하는 상황.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외부청렴도 평가가 74위였다. 공단과 접촉했던 외부인들이 공단 직원들이 청렴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내부직원들을 상대로 한 청렴도 평가는 38위로 중간 수준이었다.
지난 12월28일 울산지검이 발표한 근로복지공단의 '뇌물사건'이 바닥에 추락한 공단의 청렴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일부 공단 직원들이 축소 신고된 기업체의 고용 및 산해보험료를 눈 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대거 적발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징수해 국고에 귀속시키는 게 주 업무. 고용보험료는 근로자들의 실직 시 지급되는 실업수당 재원마련이 징수목적이고, 산재보험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기 위하여 마련된 의무보험이다.
울산지검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뇌물), 변호사법 위반혐의 등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지사장 K씨(57), 부장 C씨(49)를 포함한 직원 6명, 브로커 P씨(51)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근로복지공단 경인본부장과 공단 본부 이사 2명을 최근 구속, 인사비리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내부자료를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산업재해보상보험법 위반)로 공단 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업체 대표 9명을 업무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뇌물'만 주면 보험료도 깎아준다?
이번에 브로커와 연관된 뇌물비리로 법처리된 11명의 공단 직원들은 현재 울산지사에 근무하고 있거나 울산지사를 거쳐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브로커의 경우 같은 울산지사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된 공단의 지사장 K씨는 2007년 4월부터 2008년 6월 사이 브로커 P씨로부터 고용보험료 등의 정산대상(기업체로부터 고용보험료 등을 자신신고 받은 후 연말에 국세청 자료와 대조해 누락된 금액을 추징하는 것)에서 빼 달라거나 보험료율을 낮춰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모두 1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나머지 직원 5명은 2007년부터 지난 9월까지 같은 브로커로부터 비슷한 청탁을 받고 1800만∼9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P씨는 노무사가 아닌데도 노무법인을 운영하며 공단 직원들에게 청탁하기 위해 27개 기업체로부터 21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에게 돈을 준 기업체는 58개지만 금액이 많은 업체 대표만 기소했으며, 지금까지 전체 기업체의 고용 및 산재보험료 면탈 액수는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근로복지공단 직원들의 뇌물 비리로 국민들의 세금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특히 검찰 수사이전에 이뤄진 공단의 자체 감사에선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이번 비리를 한 건도 적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져 공단의 감사시스템이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