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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한국전력-전력거래소, 정전사태 책임 떠넘기기 물의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1-09-18 14:20


"요즘 같이 SNS(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등 통신수단이 발달한 시대에 어떤 식으로든 예고도 하지않고 전기를 끊는 게 말이 됩니까? 관련 기관에 피해보상을 요구할 작정입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씨(여·37)는 갑작스런 정전사태에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녀는 15일 오후 4시쯤 가게에서 정전사태를 맞았다. 당시 미용실에는 3명의 손님이 머리손질을 하고 있었고 정전으로 작업을 멈춰야 했다.

정전예고도 못하나?

김씨는 "고객들에게 30분 간 큰 불편을 끼쳐드렸다. 사전 예고가 있었다면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않았을 것"이라면서 "정전 당시 미용실을 찾아왔던 너댓명의 손님들은 언제 전기가 다시 들어올지 몰라 그냥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사전 예고만 했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지만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영업을 제대로 하지못한 것에 어떤 식으로든 피해보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15일 날벼락 같은 정전사태로 김씨의 경우처럼 전국 곳곳에서 큰 피해를 당했다. 강원도 강릉의 한 양식장에선 전기가 끊어지면서 광어 1만5000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분당제생병원의 경우 이날 오후 1시48분쯤 순간 정전되면서 MRI(자기공명영상)와 MDCT(다중검출 전산화단층촬영장치)가 고장을 일으켰다. 일부 음식점 주인들도 손님을 받지못한 것은 물론 냉장고가 가동하지 않는 바람에 보관중이던 음식의 부패로 적잖은 금전적 손해를 봤다.

PC방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포털 게시판에 "정전이 되는 순간 고객들이 돈도 내지않고 모두 나가버렸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212만가구(가정과 사무실, 공장 등을 포함한 전력 수용가구 기준)에 전기가 30분~1시간 가량 끊긴 만큼 피해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집단 소송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트위터 등 SNS 사이트와 포털 게시판에는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글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ID '@Shinok****'는 "고모가 한전에 소송걸겠다고 한다. 오늘 장사 한전땜에 다 말아먹었다"고 했으며 '@son****'은 "이번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히신 분들, 한전 상대로 소송하셔도 될 것 같네요. 이유를 모르는 정전이 아니라 사용량이 늘어서 실시한 단전이랍니다"라고 썼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번 정전사태와 관련, 소송 대상자를 한국전력으로 지목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의 책임 떠넘기기

하지만 이번 정전사태를 주도한 기관은 전력계통을 책임지고 있는 지식경제부 산하 공기업인 전력거래소다.

전력거래소는 전국의 400여개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 지난 2001년 전기사업법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전력관련 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정전과 관련해서는 지식경제부의 사후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전력거래소는 소비자들의 피해소송 움직임에 대해 한국전력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전력 부하관리 차원에서 한국전력에 적정한 조치를 요청했다. 어느 지역을 끊고는 순전히 한국전력이 알아서 한 문제다. 우리는 전력을 관리할 뿐 개별 소비자와는 상관없다. 소비자들은 직접적으로 전력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전력 측과 피해보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은 16일 오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요청을 받아 매뉴얼대로 단전을 실행했을 뿐이다. 책임소재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보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한국전력의 전기공급 약관에는 고장 등 한국전력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전력의 공급을 중지 또는 제한할 경우 면책권한을 갖도록 돼 있다.

이런 한국전력의 입장은 오후 들어 바뀌었다. 국회에 출석한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이 "매뉴얼대로 조치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손해를 보상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측은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 법률적 검토를 거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말해 앞으로 정전 피해자들과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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