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선우(22·삼천리)는 어릴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무엇보다 운동 신경이 탁월했다. 일산 호수초 시절에는 육상과 수영 선수 제의까지 받을 정도였다. 태권도도 좋아했던 배선우는 겨울에 쇼트트랙까지 배웠다. 그러나 벽에 부딪혔다. 부모님이 만류했다. 운동 선수가 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배선우는 4학년 때 할아버지를 따라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할아버지는 손녀에게 "한 번 쳐볼래?"라고 골프채를 건넸다. 이 때부터 배선우는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우승이 없었던 지난 3년여간 조급함도 없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김효주(롯데) 백규정(CJ대한통운) 김민선(이상 21·CJ오쇼핑)은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부럽기도 했지만 자존심도 상했다. 배선우는 "욕심이 생기더라. 그리고 '나는 왜 안될까'란 분석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승한 선수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난 공감이 안되더라. 그런데 우승을 해보니 이해가 갔다. 여유란 걸 알게됐다. 시야가 넓어지고 쫄지 않게 되더라. 역시 골프의 마지막은 '멘탈(mental)'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내가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해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다보면 하늘에서 '열심히 했으니 우승해'라고 점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승하기 위해선 운도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운이란 자신감인 것 같다. 그 동안 자신의 믿음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삼천리는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으로 미래 지속성장을 위해 발전 및 집단에너지 사업에도 진출해 도시가스, 열, 전기 등 국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는 명실상부한 종합에너지기업이다. 특히 골프 꿈나무 발굴 및 육성을 위해 골프단을 창단하고 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개최하는 등 스포츠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배선우와 삼천리의 궁합은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배선우는 "삼천리는 선수가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준다. 특히 이만득 회장님께서 직접 선수들을 챙겨주신다"며 "삼천리의 후원을 받은 뒤부터 성적이 좋아졌다. 든든한 지원 덕분인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삼천리만의 장점에 대해선 "가족 같은 분위기다. 특히 주장인 홍 란 선배께서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신다. 풍부한 경험이 담긴 조언으로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그토록 바라던 생애 첫 우승을 했지만 배선우에게 골프는 여전히 정복을 코 앞에 둔 산이다. 배선우는 "골프는 나쁜 남자 같은 스타일이다. '이제 됐다. 감 잡았다'라고 느낀 뒤 다음 날에는 그것이 사라져 버린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이 있다"며 웃었다.
배선우는 이제 한국여자골프 여왕에 도전한다. 이번 주말(16일~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유럽·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6620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30회 한국여자오픈 선수권에서 메이저퀸을 노린다. 2년 전 좋은 추억이 있다. 배선우는 "2014년에 준우승을 거뒀다. 아마추어 때도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서 "나는 실수를 줄이는 스타일의 골퍼이지 특출나게 몰아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번에도 3라운드까지 톱5 안에 진입해 우승을 노려보겠다"며 자심감을 드러냈다.
배선우는 올 시즌 돌입 전 '위시리스트(달성하고 싶은 목록)'를 작성했다. 벌써 두 가지를 지웠다. '첫 승 해보기'와 '동계전훈 잘 마무리하기'다. 배선우는 "하나 하나 잘 지워나가고 있다. 뿌듯하다. 무엇보다 '첫 승 하기'를 지우고나니 절반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이라며 엷은 미소를 띄웠다. 아직 배선우가 지워야 할 위시리스트가 남아있다. '행복한 스무 세 살 되기', '몸 관리 잘하기', '친구와 졸업여행 가기'도 포함돼 있다.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배선우. 그녀의 위시리스트가 모두 지워지는 2016년을 기대해본다.
청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