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 펠레, 삼성전자에 소송제기한 사연은?

펠레(왼쪽)가 삼성전자를 고소했다. 삼성전자가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오른쪽)에 펠레를 닮은 모델을 펠레 동의없이 실은 것이 문제였다. 사진캡처=시카고 트리뷴

'축구황제' 펠레(76)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3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펠레가 이달 초 대리인을 선임해 삼성전자에 대한 초상권 침해 소송 소장을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소장에 의하면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펠레측과 초상권 사용에 관해 협상했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결렬됐다. 문제는 결렬 후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펠레와 유사한 외모의 모델을 섭외해 광고에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펠레가 적극대응에 나섰다. 펠레측은 "삼성 광고에 펠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없다. 그러나 광고에 등장한 인물의 얼굴이 펠레와 닮았다. 그리고 TV 화면에 가위차기 동작이 나오는데 이것은 펠레의 장기다. 소비자들이 펠레가 출연한 것으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펠레가 이번 소송으로 삼선전자에 3000만 달러(약 35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펠레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것이 무리가 아니다. 유명선수들의 초상권은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다. 실제로 축구선수들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를 사용하는 게임 업계의 경우 해당 선수들에게 초상권료를 지급한다. 일렉트로닉 아츠, 레이지 게임즈 등 게임 업체 5곳은 '발칸의 마라도나' 게오르그 하지를 비롯한 20여명의 선수 초상권 무단사용을 이유로 230만 달러(약 26억원)에 달하는 배상금 지불을 요구받았다.

축구계 이외에도 여러 사례가 존재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2009년 시카고 연방법원에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쥬얼-오스코'와 '다미닉스'에 대한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6년에 걸친 긴 법정 싸움의 승자는 조던이었다. 시카고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8월 22일 다미닉스가 조던에게 890만 달러(약 104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어 지난해 11월 23일 조던은 "쥬얼-오스코와 소송을 합의로 해결했다. 합의금에서 변호사 선임비용 및 부대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이 건강보조기구 업체를 상대로 한 초상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김동성은 2014년 4월 예능프로그램 녹화장에서 업체의 요청으로 게르마늄 목걸이와 팔찌를 착용해 사진을 촬영했다. 하지만 업체가 김동성의 허락 없이 사진을 인터넷 광고에 활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편 펠레의 화려한 과거 소송이력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1991년 펠레는 자신과 가정부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 자식'인 산드라의 친자확인 요청을 거부, 명예훼손으로 맞불을 놨다. 펠레가 패소했다. 1996년 법원은 산드라가 펠레의 친딸이 맞다고 판결했다.

펠레는 손자들과도 법적 공방을 벌였다. 2013년 산드라의 자녀들이 펠레에게 양육비 소송을 걸었다. 당시 15세, 13세이던 두 손자는 펠레에게 교육비와 건강보험료 명목으로 각각 6000달러(약 643만원)를 요구했다. 담당 판사는 확정 판결 전 펠레에게 760달러(약 81만원) 지급 명령을 했다.


임정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