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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비운' 배상문 "프레지던츠컵에서 만회하고 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10-02 14:17


배상문 ⓒAFPBBNews = News1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만회하고 싶다."

배상문(29)이 속죄의 활약을 약속했다. 배상문은 2일 경기도 성남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선수로서 세운 목표를 보고 노력하다가 내려놓고 입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입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배상문은 8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입국했다.

배상문은 지난해 말부터 병역법 위반 혐의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12월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이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한다며 귀국을 통보했으나 배상문은 이에 응하지 않고 PGA 투어 활동을 이어갔다. 결국 배상문은 2월 병무청으로부터 병역법 위반 혐의로 대구 남부경찰서에 고발당했다. 또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을 상대로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지난 7월 패소했다. 배상문은 귀국 당일 대구 남부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문은 "지난주 대회 끝나고 공항에 들어왔는데 많은 분이 나와 계셔서 놀랐다. 사실 우승하고 들어올 때보다 더 많은 분이 나오신 것 같다. 앞으로 더 행동을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입국 당일 대구에 가서 조사를 성실히 받고 나왔다"고 했다.

일단 프레지던츠컵 참가에는 문제가 없다. 배상문은 "제가 얘기하기는 주제넘은 부분이 있다. 다만 논란이 됐던 부분이 국외 여행 기간 연장에 대한 것인데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병무청의 허가가 별도로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배상문은 소송까지 이어간 것에 후회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추가 조사 이야기는 들은 것이 없다. 연장 불허 통보를 받았을 당시에는 변호사들과 논의한 결과 연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게 됐다. 후회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때 생각에는 그랬었다"고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배상문은 군입대를 호재로 바꿀 수 있도록 긍정의 마음을 담기로 했다. 그는 "골프를 20년 정도 쳤고 투어 생활만 11년차다. 그동안 선수로서 세운 목표를 보고 노력하다가 내려놓고 입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 복귀해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보내는 시간이 저에게 황금 같은 시간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도 노력 중이다"고 했다. 계속된 군입대 문제로 제 실력을 발휘 못한 2015년이었다. 배상문은 "골프가 쉬운 운동이 아니지만 올해는 특별히 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대회에 나가서나 훈련할 때 집중이 안 될 때가 잦았다. 원인 제공은 제가 한 것이라 후회도 되고 바로 잡으려 노력도 했으나 쉽지 않았다. 모든 불찰은 제게 있고 다음부터 일 처리를 매끄럽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이제 배상문의 시선은 프레지던츠컵만을 향하고 있다. 그는 "태어난 나라에서 대회에 나가게 돼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여러 일이 있어서 부담스럽고 쑥스러운 면이 있지만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고 행운이다. 입대 전 마지막 대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추천 선수 발표 당일 아침에 세계 연합팀 단장 닉 프라이스와 직접 통화했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지난주 대회 전 행사에서 직접 만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세계 연합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대니 리와 한조로 출전하게 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대니 리와는 형제처럼 미국에서 지내는 사이다. 대회도 같이 이동하고 집에서 5분 거리 연습장도 같이 다닌다. 조언도 서로 주고받는 사이라 같이 한다면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플레이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배상문은 대니 리 외에 태국의 통차이 짜이디,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와 친하게 지낸다고 했다.

주말에 연습을 시작하겠다고 한 배상문은 이번 대회 코스에 대해 "페어웨이가 넓지만 그린이 어렵다. 드라이브샷을 치기에 까다로운 점은 별로 없지만 아이언샷으로 퍼트하기 좋은 위치에 공을 보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짧은 거리 퍼트라도 경사가 많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 퍼트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보다 퍼트가 강한 선수가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상문은 시종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제도 개선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나쁜 마음을 먹고 얘기하자면 '나도 군대 가니까 후배들도 다 가야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2년은 긴 시간인데 공부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언론 보도가 나간 이후 동반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거의 예외 없이 한국 병역 제도에 대해 물어보더라"고 했다. PGA투어에서 어떤 약속을 받았냐는 질문에는 "원래 2016~2017시즌까지 시드를 갖고 있는데 투어로부터 군 복무를 마친 뒤 복귀할 수 있다는 보장을 처음에는 듣지 못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3수 끝에 들어간 대학(PGA 투어)에서 군대를 다녀와도 복학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PGA 투어에서 조금 더 일찍 전역 후 시드 보장에 대해 얘기해줬더라면 더 빠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사실 정확한 일정을 답하기 어렵다. 제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 절차에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입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도 여기서 크게 웃으면서 인터뷰를 하고 싶지만 무거운 자리가 돼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것들도 제가 만든 부분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만회하고 싶다. 프레지던츠컵을 통해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면 제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군 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돌아와서 지금까지 제가 했던 노력보다 더 큰 노력을 들여서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골프가 얼마나 대단한지 팬 여러분께서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남자도 여자처럼 머지않아 세계 정상권에 오를 수 있다. 선수들도 더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팬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커져서 남자골프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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