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리그에 한국 감독이 없는 격" EPL의 아이러니…英 출신 단 2명→역대 최저

윤진만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12-29 10:47


"K리그에 한국 감독이 없는 격" EPL의 아이러니…英 출신 단 2명→역…
'잉글랜드 출신' 션 다이치 에버턴 감독(왼쪽)과 '스페인 출신'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K리그에 한국 감독이 없는 격" EPL의 아이러니…英 출신 단 2명→역…
'잉글랜드 출신'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오른쪽)과 '스페인 출신'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9일 현재 잉글랜드 최상위 프로리그인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동 중인 잉글랜드 출신 감독은 달랑 2명이다.

에디 하우 뉴캐슬 감독과 션 다이치 에버턴 감독을 제외한 18개팀은 모두 외국인 출신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게리 오닐 전 울버햄튼 감독, 사이먼 러스크 전 사우샘프턴 감독대행, 벤 도슨 전 레스터시티 감독대행 등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EPL 출범 후 가장 적은 숫자만이 남았다.

키어런 맥케나 입스위치 감독은 넓게 보면 '영국 감독'이지만, 정확히는 북아일랜드 출신이다.

에버턴이 15위, 입스위치가 강등권인 19위에 처져있어 2024~2025시즌 도중 잉글랜드 출신 감독이 모조리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 개막 시점에 잉글랜드 감독은 총 5명, 이는 EPL 22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숫자다. 2011~2012시즌, 2012~2013시즌, 2023~2024시즌 6명 기록을 넘었다.

리그 전체에서 외국인 지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81%로, 2020~2021시즌 54%에서 2021~2022시즌 66%, 2023~2024시즌 75%로 점차 늘었다.
"K리그에 한국 감독이 없는 격" EPL의 아이러니…英 출신 단 2명→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잉글랜드 출신 지도자 비율(빨강).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출처=BBC

"K리그에 한국 감독이 없는 격" EPL의 아이러니…英 출신 단 2명→역…
'네덜란드 출신' 뤼트 판 니스텔로이 레스터시티 감독(왼쪽)과 '포르투갈 출신' 비토르 페레이라 울버햄튼 감독. 로이터엽합뉴스
EPL 초창기만 하더라도 거의 대다수가 잉글랜드 출신에게 팀을 맡겼다. 올 시즌엔 스페인 출신이 5명, 포르투갈 출신이 4명, 독일 1명, 이탈리아 1명, 오스트리아 1명, 네덜란드 2명, 크로아티아 1명, 호주 1명 등이다. 호주 출신은 손흥민 소속팀인 토트넘을 이끄는 엔지 포스테코글루다. 황희찬 소속팀 울버햄튼은 이달 오닐 감독을 경질하고 포르투갈 출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선임했다.

같은 시기에 이탈리아 세리에A는 자국 지도자가 16명이었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14명,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앙은 각각 9명이었다. 유독 EPL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다. 왜일까?


마이클 애플턴 전 찰턴 감독은 영국공영방송 'BBC'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리그"라며 "수많은 영국 출신 지도자는 챔피언십에 있던 팀을 EPL로 승격시킨 경향이 있다. 승격을 하더라도 엄청난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한, 잔류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현실적인 이유로 잉글랜드 출신들이 EPL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했다.

그는 "EFL(잉글랜드 프로리그·2~4부)에선 포르투갈,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와 같은 낮은 리그에서 성과를 거둔 것만큼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K리그에 한국 감독이 없는 격" EPL의 아이러니…英 출신 단 2명→역…
'호주 출신'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현재 경질 위기에 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이치 에버턴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저는 잉글랜드 출신과 외국인 지도자와의 차이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잘하는 감독은 잘한다고 평가를 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지구상 어디를 가도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어 "많은 외국인 소유주의 숫자를 보면 외국인 지도자가 많다는 게 놀랍지 않다"고 덧붙였다. EPL의 자국 선수 비율도 33%에 불과하다. 5대리그에서 가장 적은 비율이다.(라리가는 60%)

잉글랜드 출신 지도자의 지도력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 놀랍게도 EPL 출범 후 아직까지 리그 우승을 이끈 잉그랜드 출신 지도자는 '제로'다. 잉글랜드 출신 중 가장 많은 유럽챔피언스리그를 이끈 감독은 프랭크 램파드로, 16경기에 불과하다. 램파드는 현재 잉글랜드 2부 코벤트리시티를 이끌고 있다.

잉글랜드 출신 중 해외 톱리그에서 자리를 잡은 지도자는 스트라스부르의 리암 로제니어, 랑스의 윌 스틸 정도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월 '잉글랜드 출신'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감독의 후임으로 '독일 출신' 토마스 투헬 전 바이에른뮌헨 감독을 선임했다. 어쩌면 최고의 지도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이 잉글랜드의 메이저대회 58년 무관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