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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하나은행 K리그1 2024' 1라운드 로빈은 지도자들이 아이디어를 마구 뽐내는 '전술의 장(場)'이었다. 특히 스트라이커, 미드필더, 측면 수비수를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포지션 파괴가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강원 이기혁이다. 수원FC, 제주 소속으로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한 왼발잡이 이기혁은 올 시즌 센터백으로 변신했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수비 조직력을 강조한 안정적인 스타일에서 올 시즌 빌드업을 앞세운 주도적인 스타일로 변신을 꾀하면서, 이기혁에게 새로운 미션을 맡겼다. 볼 컨트롤과 패스 능력을 갖춘 이기혁을 빌드업의 시작점으로 낙점했다. 11경기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한 이기혁은 11라운드까지 전진 패스 272회를 기록, 권경원(수원FC·292회)에 이어 전체 2위를 달린다. 지난 5일 수원FC전에선 본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돼 2대1 승리를 뒷받침했다. 윤 감독은 "이기혁은 어느 포지션이나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포지션에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위험 지역에서 실수를 줄인다면 현대축구에 걸맞은 수비수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윤 감독은 미드필더 황문기도 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안착시켰다. 황문기는 11경기에 출전해 저돌적인 움직임과 날카로운 크로스로 강원 측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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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축구에서 포지션을 바꿔 성공한 케이스가 꽤 많다. K리그 득점왕을 한번 이상씩 경험한 스트라이커 김신욱(킷지) 주민규(울산) 조규성(미트윌란)은 뒤늦게 포지션을 변경했다. 주민규와 조규성은 수비형 미드필더, 김신욱은 센터백 출신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주역인 미드필더 김정우는 2011시즌 김천 상무(당시 상주)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해 15골로 득점 랭킹 3위를 차지했다. 전 서울 수비수 차두리도 측면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꿔 국가대표 간판으로 거듭났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