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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에서 브라질을 상대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12년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취해 미처 하지 못한 숙제를 풀 때다. 벤투호의 공과를 따질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과연 파울루 벤투 감독이 브라질전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렸는지 돌아봐야 한다.
'전반 4실점'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벤투 감독의 4-4-2 포메이션과 주요 선수들의 컨디션 문제 등이 대량 실점을 야기했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 조규성 투톱을 세웠다. 손흥민의 수비 부담을 줄여줄 요량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이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재성-황인범-정우영, 3명의 미드필더 체제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발빠른 손흥민을 공격 선봉에 세워두면 우리 역습 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은 한국의 투톱에 대비한 차원인지, 수비시 포백을 일렬로 세워뒀다. 틈을 주지 않았다. 조규성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두 명의 공격수를 두는 이점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양 풀백 김진수 김문환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소화한 터였다. 우루과이의 다르윈 누녜스, 가나의 안드레 아예우와 모하메드 쿠두스, 포르투갈의 리카르도 호르타와 주앙 칸셀루 등을 줄줄이 상대했다. '우리 축구'를 하느라 쉴새없이 공수를 오갔다. 팬들이 흔히 쓰는 '체력이 갈리는' 현실이었다. 체력 문제는 포르투갈전 후반전에 도드라졌다. 조별리그 3차전 카메룬전에서 '풀 로테이션'을 돌린 브라질과 체력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 초반부터 몸이 무거워 보였다. 수비 지역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막기에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이날도 '우리 축구'를 하고자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섰다. 개인 기술이 뛰어난데다 형태까지 잘 갖춘 브라질에 손쉽게 공을 빼앗긴 뒤가 문제였다. 브라질이 빠른 속도의 역습으로 우리 페널티 박스 근처에 도착했을 때, 우리 풀백들은 수십미터 뒤에서 쫓아왔다. 네번째 실점 장면이 이런 과정 속에서 나왔다.
전반 13분만에 2실점을 했다면 전략을 수정하거나, 선수 교체를 통해 변화를 꾀해 무너지는 흐름을 끊어냈어야 한다. 하지만 첫 교체는 하프타임에야 이뤄졌다. 김진수 정우영을 빼고 홍 철 손준호를 투입했다. 레프트백과 중원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자인한 꼴이다. 우리 만회골은 상대가 주요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과정 속에서 나와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브라질은 골키퍼까지 교체했다.
돌아보면, 벤투호의 최종 목적지는 16강이었던 것 같다. 모로코처럼 8강과 4강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객관적 전력차를 뒤집을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 축구를 펼친다'는 대중의 긍정적인 여론 속 브라질을 상대로도 우리 축구를 하다 된통 당했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소위 '빌드업 축구' '패스 축구'를 하지 못해서 '선 수비-후 역습', '전반 안정-후반 역공' 전술-전략으로 나선 건 아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독일 스페인과 전력차를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브라질은 낯선 상대가 아니었다. 벤투호는 지난 6월 국내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러 1대5로 대패했다.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백신 효과'는 없었다. 벤투 감독은 반년만에 다시 만난 브라질을 상대로 똑같은 패턴으로 당했다. 우리 선수들은 분명 16강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도 처절하게 버티며 싸우는 과정 속에서도 분명히 배울 점이 있었을 것이다. 16강전을 일종의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한 건 아닐까 싶다. 16강 진출 성과에 큰 박수를 보냈지만, 16강전 자체에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