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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울산 '4층 형' 박주영의 열린 결말 "답은 없지만…할 만큼 했잖아요"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2-11-09 12:49 | 최종수정 2022-11-09 20:30


사진제공=울산 현대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저는 할 만큼 했잖아요."

'축구천재' 박주영(37·울산 현대)이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뛰었다. 할 만큼 한 것 같다. 운이 좋아서 그랬던건지 모르겠지만 경기도 많이 뛰었다. 쉼 없이 했다"고 덧붙였다.

박주영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한국 축구를 이끌 재목으로 꼽혔다. 기대대로 성장했다. 그는 연령별 대표를 거쳐 A대표팀에서도 에이스로 활약했다.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를 모두 섭렵했다. K리그를 넘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프랑스 리그1 등 유럽 무대를 밟기도 했다. 그 속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박주영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킥, 거침없는 돌파, 과감한 헤딩 등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을 하나로 묶은 '4층 형'

그랬던 박주영이 2022년 '4층 형'으로 깜짝 변신했다.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FC서울을 떠나 울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스승' 홍명보 울산 감독의 손을 잡았다. 그는 "홍 감독님이 다시 한 번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박주영은 올해 K리그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공격포인트는 없었다. 하지만 박주영은 "괜찮다"고 했다. 그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많은 시간 출전 어려움을) 예상하고 온 거다. 감독님께서도 말씀을 주신 부분이다. 경기에 뛰지 못할 때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안다.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들을 하나로 묶는 일이었다. 그는 클럽하우스 4층에 '사랑방'을 차렸다.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줬다. 힘들 때 맛있는 음식으로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을 끌어줬다는 말은 아니다. 난 한 게 없다. 클럽하우스 4층에 숙소가 있다. 김기희를 비롯해 김현우 김민준 김재성 등과 함께 생활했다. 저녁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같이 배달해 먹었다. 후배들이 고민있다고 하면 들어줬다. 축구와 상관없는 얘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오히려 애들이 나와 놀아준 것 같다"며 웃었다.

박주영은 겸손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중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 그중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의 노력이나 헌신에 정말로 위대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칭찬했다. 뒤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낸 박주영은 울산이 17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서는 데 힘을 보탰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기러기 아빠'의 현실 고민, 열린 결말

이제 관심은 박주영의 거취로 모아진다. 울산과 박주영의 계약 기간은 1년으로 알려졌다. 박주영은 "일단 우승해서 정말 좋다. 올 한 해는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년은 나도 잘 모르겠다. 집에 가서 가족들과 상의를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내 마음도 중요하지만 팀 여건도 있다. 가족들의 생각도 있을 것이다. 답이 없다.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더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그만 하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몸 상태가 크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이가 있다. 지금까지 많이 했는데 더 한들 뭐가 있겠나 싶기도 하다. 1년을 소비하는건지, 아니면 더 하고 싶어서 하는건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1년 형' 이 호 플레잉코치는 2022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했다. 가족 문제도 고민이다. 박주영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기러기 아빠'다. 박주영은 "내 마음도 중요하지만 가족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아직도, 여전히 축구가 좋다는 점이다. 박주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하길 바라셨다. 하지만 축구가 너무 하고 싶었다. 부모님께 진지하게 말씀드려서 하게 됐다. (여전히) 축구가 좋다. 다만, 내가 진짜 좋아서 하는 것인지 억지로 하는 건지는 다르기 때문에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꼭 직접 하지 않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는 지금까지 축구로 사랑을 많이 받았다.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방법은 축구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미리미리 자격증도 준비해 놓기는 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진짜 모르겠다"며 열린 결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박주영은 A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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