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파이널B 슈퍼매치 성사, FC서울-수원 삼성 '명가의 동반 추락'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9-22 06:01


2020 K리그1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양 팀이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며 서울의 스플릿A 진출이 좌절됐다. 서울 김원식이 아쉬워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9.20/

2020 K리그1 20라운드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경기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에서 2대1로 승리한 서울 선수들이 수원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9.13/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명가의 동반 추락.

K리그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결국 아랫물로 추락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정규리그를 마친 결과 서울(승점 25)은 7위, 수원(21점)은 11위에 랭크됐다. 두 팀은 한때 K리그 우승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전통의 강호다. 그러나 현실은 파이널B 추락. 이제 두 팀은 다음 시즌 K리그1(1부 리그) 잔류를 위해 처절한 생존 게임을 펼쳐야 한다.

전조는 있었다. 시기는 엇갈렸지만, 두 팀은 각각 파이널B 무대를 경험한 바 있다. 수원은 2016년과 2019년, 서울은 2018년 아랫물에서 처절한 싸움 끝에 K리그1 무대에 남았다. 당시 두 팀의 추락 원인은 동일했다. 서울과 수원이 가진 '브랜드 가치'에 걸맞지 않은 행보였다.

두 팀은 과거 적극적인 투자와 과감한 시도로 K리그 '리딩 클럽'으로 불렸다. 서울과 수원이 펼치는 '슈퍼매치'는 국가대표급 초호화 라인업으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기류가 바뀌었다. 두 팀은 약속이나 한 듯 투자에 힘을 뺐다.

수원은 삼성그룹 삼성스포츠단이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긴축재정에 나섰다. 컨트롤타워가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옮겨지면서 살림을 줄였다. 고액 연봉 지출을 줄인 가운데 선수보강에는 지갑을 선뜻 열지 못했다. 투자가 빠져 나간 자리에 '젊은 선수 육성'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하지만 긴축재정→전력약화→세대교체 과도기 등 악순환만 되풀이됐다.

올해는 더욱 심각했다. 수원은 시즌 전 제대로 된 보강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즌 중반 전력 누수까지 발생했다. 국가대표 풀백 홍 철이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었다. 수원에는 '셀링 클럽'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 여기에 감독 교체 문제까지 얽혀 그야말로 '골든타임'을 놓친 채 11위로 추락했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지난 2017년 11월 말 GS칼텍스의 재무 전문가였던 엄태진 사장이 부임하면서 투명한 구단 운영과 명예회복을 외쳤다. 기대와 달랐다. 결과는 처참했다. 2018년은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황선홍, 이을용, 최용수 전 감독이 번갈아 지휘봉을 잡았다. 승강 플레이오프 나락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2019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단 한 명의 영입도 없었다. 올해는 기성용 복귀 영입, 여름 이적시장 선수 보강 등의 과정에서 각종 난맥상을 노출했다. 이 과정에서 최용수 감독도 물러났다. 최 감독의 마지막 말은 "발악을 해도 안 된다"였다.


서울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파이널B 무대로 추락했다. '잊지 말자 2018년!'은 빛바랜 슬로건이 된 지 오래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은 "파이널A에 들지 못해 팬들께는 죄송하다. 현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K리그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던 라이벌 서울과 수원은 이제 파이널B에서 생존을 걸고 싸운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7위 서울와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18점)의 격차는 불과 승점 7점. 특히 서울부터 수원까지는 승점 1점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자리 다툼 중이다.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현실이 된 파이널B 슈퍼매치. 김 감독대행은 "수원과는 항상 서로 부담스럽고, 물러설 수 없는 경기를 해왔다. 언제 만나도 승리한다는 생각이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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