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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라운드 깜짝데뷔전" 제주 남기일의 아이들& 영플레이어 성장론[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6-03 05:21


임덕근 이규혁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지난달 31일 K리그2 제주 유나이티드의 안산 그리너스 원정, 후반 시작과 함께 제주 25번 선수가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남기일 제주 감독의 첫 교체카드였다.

전반 몸싸움으로 경미하게 다친 '베테랑 미드필더' 김영욱을 대신해 1998년생 박민수가 투입됐다. 박민수의 프로 데뷔전이었다. 제주의 중원에서 '1997년생 프로 5년차' 강윤성과 '1998년생 수비형 미드필더' 박민수가 첫 호흡을 맞췄다. 남기일 감독의 패기만만한 선택, 1-2부를 통틀어 가장 젊은 미드필더 조합이었다.

남 감독은 올 시즌 제주에서 도전적인 어린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아길라르, 발렌티노스의 부상, 이창민의 퇴장 등 잇단 악재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라는 호재로 바꿔냈다.

남 감독은 지난달 9일 서울 이랜드와의 개막 홈경기(1대1무)부터 '2000년생' 임덕근을 선발로 썼다. 스무살 수비수가 개막전부터 데뷔전을 치렀다. 16일 2라운드 전남 원정(0대1패)에선 '2000년생 공격수' 서진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해 11경기에서 4도움을 기록한 프로 2년차 영건이 올해 첫 경기에서 활약했다. 23일 3라운드 대전전(2대3패)에선 수비수 임덕근을 선발로 다시 썼고, 후반 16분엔 아길라르 대신 '1999년생' 이규혁을 조커로 깜짝 투입했다. 지난해 입단한 신갈고-동국대 출신 프로 2년차 공격수 이규혁의 감격적인 프로 데뷔 무대였다. 남 감독은 이규혁을 26일 부천 원정(1대0 승), 31일 안산 원정(2대1 승)에서 2연속 선발로 쓰며 믿음을 표했다. 생애 3경기째 프로 그라운드를 밟은 이규혁은 안산전, 패기 넘치는 중거리포로 상대를 위협하며 2연승의 중심에 섰다.


강윤성-박민수
매라운드 신인들을 하나씩 데뷔시키고 있는 남 감독에게 이유를 물었다. 승점 1점이 시급한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을 서슴지 않고 기용하는 '모험'은 분명한 소신이었다. 남 감독은 "감독으로서 모험일 수 있지만 K리그엔 어린 선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K리그와 어린 선수들의 성장, 원팀의 공존을 바랐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면서 하나의 팀이란 생각을 갖게 하고 싶다. 나이와 관계없이 선수가 준비되면 언제든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27라운드로 리그가 축소됐지만 제 생각에 리그는 길다. 선수 개개인을 살리는 것이 감독의 몫"이라고 말했다. "부상선수, 퇴장선수가 생길 때마다 감독으로서 고민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잘 따라와주고 있고, 모험일 수 있지만 앞으로도 이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면서 팀을 끌고갈 생각"이라는 뜻을 전했다.

정조국, 주민규, 김영욱, 정 운, 공민현 등 실력파 베테랑들과 함께 뛰는 제주의 영건들은 감독의 신뢰 속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결국 이날 제주의 첫 연승을 결정지은 건 '23세 이하 대표팀' 강윤성이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43분 거침없는 빨랫줄 중거리포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강윤성은 제주가 "우리 팀엔 좋은 형들이 많다. 후배들을 잘 챙겨주신다. 나이 많은 형들을 잘 따르다보니 시너지가 난다"고 했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박민수와의 호흡에 대해서도 "경험 많은 영욱이형이 부상으로 나간 후 (박)민수가 들어왔다. 내 데뷔전 생각이 나서 '옆에서 많이 도와줘야겠다' 생각에 더 많이 뛰려 노력했다. 밖에서 보셨다시피 알아서 잘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매의 눈으로 직관하는 가운데 제주의 아이들이 날아올랐다. 올 시즌 제주의 승격 여부와 함께 '남기일의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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