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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희망은 봤다. 이젠 결과를 봐야지.'
5년 만에 K리그1에 복귀한 부산은 24일 열린 3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원정경기서 1대1로 비기며 첫 승점을 따낸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희망가'가 울려퍼졌다.
연패 탈출을 이끈 '1점'이라서 도드라져 보이는 게 아니었다. 과정이 희망을 안겨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우선 부산은 그동안 얻어맞으면서 단련됐다. 시즌 개막부터 가장 힘든 대진운을 만났다. 포항-전북-울산 등 하필 강호들만 상대했다.
계속 제자리 걸음이면 실망감이 먼저일텐데, 또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니 희망지수가 높아졌다. 3라운드 울산전이 딱 그랬다. 전북과 나란히 2연승 중이던 최다득점팀 울산을 맞아 부산은 위축된 2부리그 출신팀이 아니었다. 울산의 라인업만 봐도 기가 죽을 것 같았지만 '닥공축구'의 멋진 대결을 선사했다.
피만 흘리지 않았을 뿐이지 '혈투'였다.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1대1 무승부였지만 부산이 보여준 일진일퇴의 화끈함은 고난 행군 속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경기내용이 향상되는 가운데 결과도 따지고 보면 '쫄깃'했다. 정신 없었던 포항전서 0대2로 완패했지만 2라운드 전북전 1대2 패배는 종료 직전 극장골에 눈물을 흘렸다. 3라운드 울산전은 아쉬움이 더 컸다. 후반 9분 이정협의 선제골 이후 후반 33분 페널티킥 동점골에 땅을 쳤다. 강민수가 공을 피하려고 했는데 빠르게 날아든 공에 팔이 맞았다. 부산 입장에서는 '불운이 아니었다면…'하는 아쉬움을 가질 만했다.
과정의 발전, 결과의 아쉬움을 떠나 걱정거리도 크게 해소했다. 희망 선도자는 뭐니뭐니해도 이정협이다. 시즌 처음으로 선발 풀타임 출전한 이정협은 부산 구단의 올시즌 첫 필드골, 선제골을 터뜨렸다.
빈치씽코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부산의 최전방은 큰 고민이었다. 이정협은 스포츠탈장 부상으로 인해 가장 늦게 팀훈련에 합류한 터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포항과의 첫경기 엔트리에 들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전북전에서 후반 32분 교체 투입돼 워밍업을 가진 뒤 울산전에서는 전성기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골을 만든 것도 그랬고, 전반 31분 전북 골키퍼 조현우의 슈퍼세이브에 막혔지만 강력한 대각선 슈팅도 해결사다운 모습이었다.
골문의 고민도 덜었다. 조덕제 부산 감독은 이전 2경기에서 수문장으로 김호준-최필수를 기용했다. 붙박이 골키퍼가 없었던 모양이다. 울산전에서 조 감독의 깜짝 용병술이 통했다. 22세의 김정호는 2017년에 입단해 2경기 출전한 게 전부였던 백업 선수였다. 그런 그가 울산전에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정호의 활약 덕분에 부산이 3경기 만에 뒷문의 불안감이 가장 적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희망지수를 높여온 부산이 해볼만한 상대 수원을 맞아 '희망가'를 '축가'로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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