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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심상치 않은 유벤투스의 행보, 하지만 손흥민에게 유벤투스행은 독이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10-31 05:30


로이터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27·토트넘)을 향한 유벤투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유럽 언론이 일제히 '유벤투스가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30일(이하 한국시각) '유벤투스가 모하메드 살라, 크리스티안 에릭센, 그리고 손흥민을 관찰하기 위해 리버풀과 토트넘의 경기에 스카우트를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바로 전날 이탈리아 언론 스포츠메디아셋 역시 '유벤투스가 손흥민과 에릭센을 지켜보기 위해 스카우트를 보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세계 최고의 클럽이 최고의 선수를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발롱도르 최종 30인 후보에도 올랐고, EPL 전현직 스타들로부터 연일 극찬을 받고 있다. 수비 전술이 갈수록 세밀해지며 중앙과 측면 사이에 있는 하프 스페이스를 활용한 전술이 강조되는 지금, 측면을 기반으로 중앙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한 손흥민은 유럽 축구계에서도 몇 안되는 특출난 자원이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EPL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검증을 마친 손흥민을 향해 유벤투스 뿐만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나폴리 등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 중 유벤투스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승부조작 징계가 끝난 유벤투스는 이탈리아 무대를 다시 정복했다. 2011~2012시즌부터 세리에A 8연패에 성공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다시 유럽 무대 정상을 노리고 있다. 두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전신 유러피언컵 포함) 우승을 차지한 유벤투스는 1995~1996시즌 이후 24년간 빅이어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한 것 역시 유럽무대 정복을 위해서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벤투스는 다시 한번 유럽을 호령하기 위해 스타선수 영입을 노리고 있고, 손흥민 역시 물망에 올랐다. 일단 손흥민이 유벤투스 레이더망에 오른 가장 큰 이유는 호날두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데일리메일은 '유벤투스는 호날두와 마타이스 데 리흐트처럼 최고의 인재들에게 큰 돈을 쓸 재정적인 힘을 회복했다"며 "34세 호날두를 대신할 또 다른 스타로 손흥민을 조심스럽게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호날두를 우상으로 삼을만큼, 플레이스타일 면에서 여러모로 호날두와 닮았다. 최근 호날두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주로 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강력한 슈팅력이 물이 오른 지금 손흥민은 전성기 시절 호날두에 더 가깝다.

여기에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까지 고려됐다. 스포츠메디아셋은 '손흥민은 속도, 기술, 유연성 모두 뛰어나다. 기술적 관점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은 상업적 관점에서도 유벤투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벤투스는 올 여름 아시아 투어를 다녀왔다. 한국에서 '날강두' 사태로 비난의 대상이 됐지만, 확실한 점은 유벤투스가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유벤투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여러차례 아시아 무대를 언급하며, 영향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EPL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아시아 무대의 시장 경쟁력을 단숨에 확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아시아 스타 영입이고, 실력까지 겸비한 손흥민은 유벤투스 입장에서 최고의 카드일 수 밖에 없다.


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이 최상의 선택인 유벤투스와 달리, 손흥민 입장에서 유벤투스는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일단 리그 스타일 자체가 손흥민과 잘 맞지 않는다. 물론 세리에A는 최근 공격적인 축구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측면 공격이 대단히 강조되고 있다. 판타지스타로 불린 공격형 미드필더의 중앙 공격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측면을 활용해 속도를 높인 공격축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유벤투스 역시 페데리코 베르나데스키, 더글라스 코스타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빨라졌다는 이야기다. 템포나 속도는 여전히 잉글랜드가 더 빠르다. 하이 템포 상황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손흥민 입장에서 썩 달가운 환경은 아니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수비전술은 예나 지금이나 디테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본인의 노력으로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손흥민은 좁은 공간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선수는 아니다. 손흥민은 공간이 많을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공간을 최대한 주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이탈리아식 수비에 고전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이탈리아 무대는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다. 극렬 서포터스는 피부색이 다른 선수에게 모욕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 과거 페루지아에서 뛰다 쫓겨난 안정환 사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세계 최고 클럽인 유벤투스의 관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지만, 실제 오퍼가 온다면 분명 고민할 여지가 있다. 지금 손흥민은 그 정도 레벨에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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