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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된 전주성, '킹 포커페이스' 최강희도 결국 울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2-02 17:19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함께 했던 약속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2일 경남전이 끝난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그룹 015B의 '이젠 안녕'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눈물바다가 됐다. 경기 3시간 전부터 구단 버스가 도착하기만 목 빠지게 기다린 서포터스를 비롯해 전주성에 모인 1만5248명의 관중들, 전북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등 최강희 감독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이들의 뺨에는 굵은 눈물이 흘렀다.

'봉동이장'·'재활공장장' 최 감독이 14년간 정든 전북을 떠나는 날의 슬픈 풍경이었다. 2005년 여름부터 전북을 이끈 최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전북 지휘봉을 놓고 중국 톈진 취안젠 사령탑으로 부임한다. 지난 14년간 563경기에서 229승을 따냈다. 특히 K리그 6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회, FA컵 1회 우승 등 전무후무한 업적을 달성했다. 경기 전 최 감독은 덤덤한 표정 속 슬픔을 감추고 있었다. "경기 전 선수들과의 미팅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그러면서 "2009년 K리그 첫 우승을 하기 전까지는 '과연 우승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할 정도로 어려운 시간이 많았다. 'K리그 우승은 정말 어렵다'라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었고 숙원사업이었던 클럽하우스도 지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특유의 농담도 잊지 않았다.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했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이 안나와야 할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사실 전날 포토데이 때 서울에서 온 남자 팬을 만났을 때 울컥했다. 중학교 2학년, 고등학생이던 팬들이 이젠 성인이 돼서도 훈련장에서 계속 만났었다. 이젠 보지 못하게 될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났던 것 같다"며 웃었다.


최 감독의 복잡한 감정은 결국 고별행사에서 폭발했다.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들에게 마지막 코멘트를 부탁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러 더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목에 걸고 있던 머플러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러나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가까스로 감정을 추스린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포옹을 하는 걸로 대신하겠다"고 운을 뗀 뒤 "팬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14년간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팬 여러분 덕분에 행복하게 감독생활을 했던 것 같다.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팀을 떠나게 됐다.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축구감독은 언젠가 팀을 떠나야 한다. 팬들께서 전북을 지켜주실 것으로 믿는다. 선수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전북이 팬 여러분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몸은 떠나있지만 마음은 영원히 전주성에 남아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서포터스석에서 응원할 것이다. 미안한 마음을 담고 떠나겠다"고 전했다.


이후 최 감독은 선수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격려했다. 특히 2006년 입단해 상주 시절을 제외하고 10년의 시간을 함께 한 최철순의 볼을 어루만지며 작별을 고했다. 중앙 수비수 최보경은 오열을 하며 주저앉기도 했다. 무엇보다 2009년 최 감독과 손을 잡고 전북을 아시아 명문클럽으로 도약시킨 이동국도 최 감독과 뜨겁게 껴안으며 슬픈 눈물을 흘렸다. 이동국은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선수들 한 명씩 포옹을 하셨을 때 감독님의 눈물을 앞에서 보니 감정이 폭발했다. 어떠한 말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순간이 생각났다"며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감독님과 함께 했던 좋은 기억만 간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K리그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가 가장 기억 난다"고 덧붙였다. 또 "감독님께서 전북에 없었다면 전북은 평범한 팀이었을 것이다. 감독님은 선수들이 기량을 100%, 120%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운동장에선 유머러스하셨다.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모든 걸 이뤘다. 그러나 최 감독에게도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한 가지 못 이룬 건 평균관중 2만명과 3만명 달성이다. 아쉽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이순(60세)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위험요소가 큰 중국 무대다. 그러나 최 감독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책임감은 분명 있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분명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어떤 결정을 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전북의 2005년 환경보다는 낫다. 여러 가지로 준비할 것이 많지만 또 다른 도전이다.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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